신흥국發 글로벌 금융위기…하반기 한국경제 '뇌관' 되나
2015-08-20 07:06
19개국 자본 유출 13개월간 1조 달러…2008년보다 심각
中 경제둔화·美 금리인상 '설상가상'…한국경제 3% 성장률 전망 불투명
中 경제둔화·美 금리인상 '설상가상'…한국경제 3% 성장률 전망 불투명
아주경제 배군득·배상희 기자 = 신흥국들의 자본유출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보다 심각한 수준이라는 분석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한국경제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가뜩이나 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한 한국경제에 신흥국발 금융위기는 중국 경제 침체와 더불어 하반기 최대 악재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정부는 2분기 경제성장률이 사실상 0%라는 점에 곤혹스러운 눈치다. 그동안 경제회복에 대해 낙관적으로 일관하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현재 한국경제가 대·내외적 부침이 심하다고 판단해 보수적 태도로 선회했다.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하반기 3% 경제성장률도 쉽지 않은 모습이다. 올해도 세수결손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내년 예산을 더 빡빡하게 짜야 한다. 2년 연속 추가경정예산을 쏟아 붓기에는 재정건전성이 여의치 않아 저성장 탈출에 대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 3년차의 한국경제는 저성장 늪에 더 깊이 빠져든 모양새다. 선방하던 수출이 한번에 꼬꾸라지면서 성장동력을 잃었다. 내수는 지난해 세월호에 이어 메르스로 전이되며 소비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 14일 광복절 임시공휴일 효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도 내수 침체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취임 후 한국경제를 낙관적으로 전망하던 최경환 부총리도 2분기 0% 성장률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내년 예산편성에 비중이 큰 경제성장률과 물가 전망치를 보수적으로 잡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올해 정부가 전망하는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3%라는 점을 감안할 때 예년과 같이 3%대 후반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제시하지 않겠다는 게 정부의 판단인 셈이다.
최 부총리는 지난 1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과도하게 책정하는 관행이 지속적인 세수 결손을 유발했다는 지적에 대해 “내년 예산은 그런 부분을 아주 엄격하게 해서 제출하겠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예산 편성 당시 경상성장률 전망치와 실적치를 비교하면 매년 3∼4%포인트 안팎의 차이가 발생했다.
기재부는 내년 예산부터 전망치를 현실화하기 위해 지난 6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할 때 제시했던 내년 경제성장률 3.5%(실질)와 소비자물가 상승률 1.3%를 더 보수적으로 접근할 계획이다.
◆ 신흥국, 세계 경제위기 '방아쇠' 되나
세계 경제성장 견인차 역할을 해온 신흥국 위기가 이제는 세계 경제까지 위협하고 있다. 중국 경제성장 둔화와 미국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악재에 직면한 신흥국 경제는 성장률 둔화와 급속한 통화가치 하락에 이어 심각한 자본유출 등으로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신흥시장은 금융위기 이후인 지난 2009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6년 간 2조 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유입되는 혜택을 누려왔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
글로벌 투자은행 NN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13개월 간 19개 신흥국에서 순유출된 자본 규모는 9402억 달러(약 111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지난 2008년~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3분기 동안의 순유출 자본 규모(4800억 달러)와 비교해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문제는 신흥국 자본유출이 세계 경제 위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방아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신흥국 자본유출 - 달러화 대비 신흥국 통화 가치 하락 - 수입 수요 감소 - 내수 위축 - 글로벌 총수요 둔화 - 세계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다. 여기에는 중국 성장둔화와 미국 연내 금리인상의 2가지 배경이 악재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세계 경제 위기의 진앙지로 불리는 중국 성장둔화가 신흥국의 위기를 재촉하고 있다. 중국 경제성장 둔화에 따른 대중 수출 부진은 신흥국의 글로벌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와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맞물리면서 앞으로 신흥국 자본이탈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세계 경제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닐 셰어링 캐피털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속되는 자본유출로 신흥국 내수가 위축되면 원자재 가격은 앞으로 더 낮아지게 되고 이는 주요 원자재 생산국 경제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