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겨울, 겨울, 겨울, 겨울...경직된 노동시장의 사계(四季)

2015-08-18 15:00

 

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 벌써 8월이다. 입추(立秋)가 지났지만 여전히 무더위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곧 계절은 변화를 받아들일 것이다.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때도 작년 이맘때 쯤이다. 변하는 계절과 달리 여전히 노동시장이 한겨울이라는 점만 빼면 그렇다.

정부는 지난해 8월 경제발전노사정위원회(이하 노사정위)를 꾸리고, 노동개혁을 핵심 국정과제로 꼽았다. 청년실업이 50만명에 육박하는 현재의 경직된 고용시장을 개선하자는 취지였다.

이에 정부와 노동계, 경영계는 겨울 내내 '노동시장 구조개선방안'과 '비정규직 종합대책' 등 굵직한 노동정책에 대한 논의를 지속했다. 적어도 그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해가 바뀌자 정부는 '노·사·정 대타협'이라는 협상 시한을 3월로 정했다. 더 이상 노동개혁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하에 배수진을 친 셈이다.

결과는 참담했다. 정부와 노동계는 끝내 '임금체계개편을 골자로 한 취업규칙 변경'과 ‘일반해고 지침' 등의 사안에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협상은 결렬됐다.

이후 정부와 노동계의 관계는 급속도록 냉각됐다. 노사정위원장의 사퇴와 한국노총의 탈퇴가 이어지면서 '정부 주도의 노동개혁'이라는 쓸쓸한 구호만 되풀이됐다.

봄이 가고 여름이 와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업친데 덮친 격으로 수출 부진 등으로 국내 경기마저 위축되면서 고용시장의 한파는 더욱 심해져만 갔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국회가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나섰다. 이후 8월 들어 노사정위 재가동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면서 노동계와의 대화의 물꼬가 다시 트일 수 있는 여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1년 만에 다시 대화의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하지만 아직도 노·정 간의 입장차가 여전해 향후 노사정위 재가동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계절은 어김없이 시한을 지키며 돌아온다. 이제는 국민들과 했던 약속에 책임을 지고, 노동개혁에 대한 진정한 합의가 마무리 되길 바란다. 더 이상 이 땅의 청년들을 절벽 끝으로 내몰아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