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일 뒤면 취임 5주년 구본준 LG전자 회장, 국내외 곳곳서 암초

2015-08-18 07:00

구본준 부회장[LG전자 제공]


아주경제 윤태구·김지나 기자 ="지금보다 더 위협적인 상황은 없을 것이다."

지난 2011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 호텔에 등장한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취임 3개월이 지난 후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의 말은 그렇게 실현되는 듯 했다. 지난 2010년 2824억원, 2011년 3316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이 구 부회장 취임 뒤 2012년 1조2167억원, 지난해 1조8286억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LG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244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6096억원 대비 60% 하락한 수치다.

LG전자의 기업가치는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스마트폰, TV 등 주력사업 부문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LG전자의 미래 성장성에 대해 의구심을 보이는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오는 10월 1일 구 부회장이 LG전자 대표이사에 취임한 지 꼭 5주년을 앞두고 국내외 곳곳에서 '암초'를 만나며, LG전자가 최악의 위기를 겪던 2010년으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환율, 글로벌시장 축소 등 외부환경을 탓할 뿐 구체적인 위기극복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와 비교해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 업체와의 경쟁으로 인해 향후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아 LG전자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일한 '버팀목'이자 자존심을 세우고 있는 가전 부문마저 중국업체에 치이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하이얼은 거대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2008년 이후 전 세계 백색가전 시장 점유율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LG전자는 삼성전자라는 거대한 산은 물론 중국 가전기업들을 극복해야한다. 하지만 이렇다할 성장동력이 없다.

이런 가운데 LG전자가 최근 미국에서 '벌금' 악재라는 암초를 만난 것 역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국내외 시장 곳곳에서는 이미 유사한 상황을 겪고 있었다.

LG전자는 텔레비전이나 PC에서 사용되는 음극선관(CRT, 일명 브라운관)의 가격을 지난 1995년 3월 1일부터 2007년 11월 25일까지 최소 12년간 담합했다는 이유로 2012년 12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에 현재 미국과 캐나다, 유럽 등의 지역에서 관련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LG전자는 현재 EU 집행위원회로부터 부과된 과징금 4억9157만 유로(한화 약 6450억원)를 추정 손실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금융기관으로부터 5억2475만 유로(한화 약 6880억원)를 한도로 지급보증을 제공받은 상태다.

LG전자 관계자는 "현재 회사는 과징금 부과 결정에 불복해 법원에 제소했고, 소송 진행 결과에 따라 회사가 부담할 최종 손실금액은 부과된 금액과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LG전자는 2013년 12월 13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소형 전자제품과 관련해 중요한 표시 광고 사항 고시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14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아 납부했다. 같은달 20일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빌트인 가전제품 판매와 관련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거래상 지위남용' 위반으로 시정명령과 18억65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아 납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