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홍성환·이정하 기자 = 원·달러 환율이 요동치면서 국내 증시와 경기를 압박하고 있다. 중국의 환율정책 변화로 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미국 금리 인상 이슈가 맞물려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환율은 물론 당분간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위안화 쇼크로 한국 주식시장과 환율시장은 심한 충격을 받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초 이후 이달 13일 사이에 달러화 대비 원화 값은 6.8% 떨어졌다. 이는 태국(4.3%), 호주(4.1%), 싱가포르(3.9%), 인도네시아(3.4%), 중국(3.0%), 뉴질랜드(2.5%) 등 다른 아시아권 신흥국 통화보다 더 큰 하락률이다.

코스피는 위안화 평가절하 소식이 전해진 지난 11일 심리적 저항선인 2000선이 무너졌다. 다음 날인 12일 0.53% 추가로 하락하며 코스피는 약 다섯 달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13일 중국 인민은행이 추가 평가 절하 가능성을 공식 부인하면서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지만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신흥시장에서 돈을 빼 유럽이나 일본시장으로 이동하는 분위기"라며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리스크 및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9월 금리인상 등으로 외국인 자금 이탈은 추세적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불안한 움직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경팔 외환선물 시장분석팀장은 "위안화 약세가 지속할 가능성이 남아 있어 중국발 불안요인에 따른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은 17~21일 코스피지수가 1970~2050선에서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지수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감안해도 코스피의 하방 지지선인 1950선이 무너지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김용구 연구원은 "중국이 통화전쟁을 촉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에도 3분기 미국 금리인상 충격 가능성을 피하기는 힘들겠지만 4분기 들어 안도감을 찾으며 랠리를 펼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또는 다음 달 중 달러당 1200원선을 상향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경기불안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위안화 가치는 추가 하락할 것"이라며 "한국 원화도 약세 흐름이 강화되며 원·달러 환율이 이르면 3분기 내에 1200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박유나 동부증권 연구원도 "통화전쟁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 및 엔화의 추가 약세가 진행될 수도 있다"며 "달러 강세가 아닌 위안화와 엔화의 약세만으로도 원·달러 환율이 연내 1200원, 내년 상반기 125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대로 원·달러 환율이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의 방향성은 중국 인민은행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에 달렸다"며 "미국 기준금리가 올해 안에 연 0.5%로 오른다고 가정하면 원·달러 환율은 1100원 초반대로 수준을 낮출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