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심판결' 받은 중국 남성...그림으로 공안의 잔인한 고문행위 폭로

2015-08-11 15:49

류런왕씨가 공개한 중국 공안(경찰)의 고문행위를 묘사한 그림. [사진= 환구시보 웨이보]
 

중국에서 살인혐의로 사형선고를 받고 수년간 옥살이를 하다 재심 끝에 무죄 판결을 얻어낸 류런왕(劉仁旺·53)씨. [사진 = 환구시보 웨이보]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중국 공안(경찰)들이 범죄 용의자에 대해 자행하고 있는 잔인한 고문과 학대 논란이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류런왕(劉仁旺·53)이라는 이름의 한 중국인 남성이 공개한 몇 장의 그림을 통해 중국 지역 공안들이 자행하고 있는 잔인한 고문 행위의 심각성이 드러났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산시(山西)성 출신 류씨는 지난 2008년 마을 관리를 총으로 쏴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후 2010년 사형유예를 선고받은 류 씨는 2년 뒤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가 2013년 항소를 제기해 무죄판결을 받고 풀려났다. 해당 사건은 아직까지 미제로 남겨져 있다.

공개된 그림은 류씨가 후난(湖南)성의 한 화가에게 부탁해 제작한 것으로, 류씨 자신이 직접 경험한 지역 공안들의 고문 행위를 묘사하고 있다. NYT는 이 그림들은 아마추어가 그린 듯 다소 어설프지만 그 잔인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면서 오심 판결을 받은 한 남성의 고통과 시련이 잘 묘사돼 있다고 평했다.

류씨는 "체포됐을 당시 경찰의 가혹행위를 못 이겨 허위 자백을 했다"면서 억울함을 풀기 위해 산시성 뤼량(呂梁)시 중급법원을 상대로 600만 위안의 손해배상 소송을 냄과 동시에 최근 그림을 언론에 공개했다고 밝혔다.

그림에는 공안 한명이 범죄 용의자의 콧속으로 커피를 들이붓는 모습, 양손이 묶인 채 천장에 매달려 있는 용의자의 옆구리를 전기충격기로 찌르는 모습, 철창에 범죄 용의자를 가둔 채 뜨거운 물을 붓는 모습, 잠을 잘 수 없도록 면봉으로 귀를 찌르는 모습 등이 담겨있다.

류씨는 NYT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공안이 어떤 방식으로 고문하는지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며 "그때 받은 고문 때문에 머리가 하얗게 세고, 청력이 손상됐으며 허리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등 온몸이 망가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같은 그림 공개로 경찰의 보복이 있더라도 걱정하지 않는다"면서 "나는 이미 수십 번 죽었던 사람이다. 진실을 말하고 있기 때문에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그간 해외 인권단체들은 중국에서 공공연히 자행되는 반인륜 고문 행위를 고발해 왔다. 앞서 미국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145페이지에 달하는 '호랑이 의자와 감방두목: 중국 공안의 용의자 고문'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중국 공안의 고문행위 실상을 폭로했다.

보고서는 중국 당국이 여전히 전적으로 고문에 의지해 유죄판결을 이끌어내고 있으며, 지난해 1월~4월 공개된 판결 15만 8000건을 검토한 결과 경찰의 고문이 의심되는 사례가 432건에 달했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중국에서는 2009년과 2010년 용의자에 대한 경찰의 잔혹 행위가 논란이 되면서 동료 재소자를 감독하는 무자비한 '감방 두목' 관행을 금지하고 심문 과정을 녹화하도록 하는 등의 개혁에 나섰다. 또 2012년에는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고문을 통한 자백 금지, 불법 증거 배제 원칙 등도 명문화했다.

HRW는 이같은 조치들로 일부 불법 행위가 줄어들기는 했으나 일부 공안들은 시설 밖에서 고문하고 진술하는 장면만 녹화하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를 남기는 방법으로 법을 어기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