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롯데…'2조6천억 매출' 시내면세 특허 재획득 '빨간불'
2015-08-07 00:01
"무조건적 비판보단 승인 때 국익 위한 강화 조건 내걸어야" 의견도
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경영권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롯데그룹의 최대 현안 사업인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재획득에 빨간불이 켜졌다.
관세청은 지난 5월 29일, 오는 11월 만료되는 워커힐 면세점을 비롯해 12월 만료되는 롯데 소공점과 월드점(잠실), 부산 신세계 면세점 등 4개에 시내면세점 특허 신청을 접수한다고 공고했다. 접수 기간은 9월 25일까지다.
지난 7월 10일 진행됐던 면세점 특허 사업자 선정 일정을 참고하면 오는 10월 이전에 이들 4개 특허의 사업자가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월 선정에서 의도대로 탈락한 롯데나 SK네트웍스의 경우 방어의 입장이다. 반면 이때 고배를 마셨던 신세계를 비롯해 현대백화점, 이랜드 등은 재도전에 칼을 갈고 있었다.
◆ 사면초가 롯데, 2개 면세점 재획득 '빨간불'
서울 소공점에서만 2조원, 잠실 롯데월드점에서만 6000억원 등 연간 2조6000억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렸던 롯데는 수성을 자신했다.
여기엔 지난 1979년 소공점에 이어 1988년 롯데월드점을 개장한 뒤 35년이나 면세 사업을 운영하면서 수 없는 시행착오와 차별화 노력을 통해 국내 면세시장을 세계 1위 현재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해왔다고 공적도 한 몫을 했다..
일각에선 '면세사업 독점'이라는 비아냥을 듣긴 했지만 롯데는 특허 심사 기준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우세로 객관적인 측면에서 가장 앞선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사태로 국민들이 등을 돌리고 말았다. 전근대적인 경영 방법과 불투명한 지분구조 등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면세점 운영 주체인 호텔롯데의 지분이 거의 모두(99.28%) 일본 롯데홀딩스와 12개 'L 투자회사', ㈜패밀리 등 일본계 롯데 계열사나 주주의 몫으로 알려지면서 '한국에서 돈을 벌어 일본에 받친다'는 반일감정까지 겹쳤다. 각종 이슈로 몸살을 앓아왔던 정치권은 여론을 돌리기 위해 롯데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결국 여론에 몰린 주무 관서인 관세청도 심사 강화를 표명했다.
심의 기준 가운데 △관세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명령 등의 위반 여부 △재무건전성 등 보세판매장 운영인의 경영 능력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 정도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워졌다는 게 중론이다.
시내 면세 사업에 재도전할 경쟁 기업들의 파상 공세도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 국가 실익 위해 롯데 노하우 필요…재승인 때 강도 높은 승인 조건으로 내걸어 보완해야
롯데면세점은 이번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지난달 23일 국내 면세 업계 최초로 2014년 매출 기준, 세계 면세 시장 3위 진입했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면세 사업자인 스위스 듀프리(Dufry)와 미국 DFS에 이룩한 성적이며 2013년에 비해 한 단계 뛰어오른 것이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7월 괌 공항점, 9월 일본 간사이공항점을 잇따라 오픈하는 등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잠실 월드타워점 이전 오픈을 통해 국내 면세점 최초 매출 4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또한 북경, 상하이 등에 위치한 중국 8개 현지 사무소를 통해 130만 명의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했다. 이는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630만명 중 20% 를 차지하는 높은 비율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알려진 롯데면세점의 이미지도 상당히 긍정적인 수준으로 이는 단시간에 바꾸기 어렵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드러난 롯데의 잘못에 대해 비판할 것은 해야 하지만 면세 사업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굳히고 있다는 것은 냉정하게 인정해야 한다"며 "무조건적인 비판보다 승인 과정에서 사회 환원 및 국내 중소 기업들과의 상생 방안 등에 대해 강도 높은 조건을 내거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