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룰 전쟁] ‘비례대표’ 수난시대…"정수 축소" 논란에 노심초사

2015-08-06 03:03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아니 뭐 비례대표가 뭘 그리 잘못했다고 이러나요"

새누리당의 한 비례대표가 푸념처럼 꺼낸 말이다.

각 직역의 전문성을 살리되 사회적 약자 등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도입된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의 생사가 최근 정치권의 정치개혁 논의 결과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의원정수 확대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의식, 선거구제 개편과 관련해 "늘어나는 지역구 의석만큼 비례대표 의원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서 더욱 그러하다.
 

각 직역의 전문성을 살리되 사회적 약자 등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도입된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의 생사가 최근 정치권의 정치개혁 논의 결과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래픽=아주경제 미술팀]


더구나 내년 20대 총선거가 임박해지면서 비례대표 의원들이 저마다 지역구를 점해, 표밭 다지기를 하고 있는 모습도 비례대표 본연의 목적에 대한 반감을 사게 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멀쩡히 지역구 의원이 활동하고 있는데, 뜬금없이 비례대표 의원이 지역공약을 말하고 다닌다"면서 "지역구 상관없이 입법활동 잘하라고 뽑아놨더니 비례대표들이 매번 총선 때마다 지역구 출마를 꾀하는 모습은 솔직히 같은 국회의원으로서 볼썽사납다"고 일갈했다.

실제로 국회 모니터링 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 ‘법안 가결률’ 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례대표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들의 본회의 통과 확률이 지역구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들보다 낮았다.

지난 6월 21일 기준 여야 비례대표 의원 52명이 대표발의해 통과시킨 법안은 119건으로 이들이 대표발의한 법안 2559건의 4.7%였다. 이는 지역구 의원 246명의 법안 가결률인 6.5%(1만23건 중 653건)보다 1.8%포인트 낮고, 19대 국회 전체 발의법안의 평균 가결률(6.1%·1만2581건 중 772건)에도 못 미쳤다. 각종 민원 처리 등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비례대표 의원들이 지역구 의원들보다 되레 입법활동에 소홀한 셈이다.

이로 인해 현재 54석(해산된 통합진보당 몫 2석 포함)인 비례대표 의원 수를 아예 없애자는 다소 과격한 주장이 야당에서 나올 정도다. 불투명한 공천 과정에 따른 '줄 서기' 정치를 근절해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조경태 새정치연합 의원은 "비례대표제는 국민을 대변하는 대의민주주의를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하는 제도"라며 "54석을 늘리냐 줄이냐 문제를 논하기 전에 비례대표의 폐해를 정확히 짚어보고, 아예 비례대표제도를 없애는 방안도 고민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54석(해산된 통합진보당 몫 2석 포함)인 비례대표 의원 수를 아예 없애자는 다소 과격한 주장이 야당에서 나올 정도다. 불투명한 공천 과정에 따른 '줄 서기' 정치를 근절해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사진은 조경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이런 가운데 야당에서 주장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두고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점도 비례대표 의원들의 거취를 불안케 하는 대목이다.

새정치연합은 "지역주의 구도 타파"를 위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주장하고 있지만, 국회 과반의석을 확보한 새누리당은 "의원정수 확대가 불가피해질 것"이란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여야 입장차가 첨예해 접점을 찾지 못하자,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도입을 주장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한 '빅딜' 성사 여부가 정치권을 뒤흔들 기세다.

일단 김 대표는 빅딜에 표면적으론 거부 의사를 표했지만,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열리지 않는 가운데 오는 13일로 예정된 선거구제 개편 시한을 두고 막판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