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례 깨고 만경대에 중국 지도자상 전시...중국과 관계복원 시도

2015-08-05 14:28

중국 위인납상관이 지난 2013년 7월 제작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밀랍상. 이 밀랍상은 현재 북한 국제친선전람관에 전시돼 있다. [사진 = 중국신문사] 
 

북한 국제친선전람관에 전시돼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밀랍상. [사진 = 국제재선 웨이보]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북한이 김일성 주석의 생가가 있는 만경대 지역에 중국 역대 최고지도자들의 밀랍상 등이 포함된 전시관을 설립키로 했다. 이는 최근 북한과 중국이 장기간의 냉각기를 깨고 관계 회복을 시도하는 중에 나온 소식이라는 점에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모레이(章默雷) 중국 위인납상관(偉人蠟像館·밀랍인형관) 관장은 중국 위인납상관과 조선만수대예술창작사가 공동으로 평양 만경대에 '밀랍인물상 전시관'을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환구시보(環球時報)가 5일 보도했다.

양측 기관은 이미 협력 계약을 체결한 상태로 앞으로 전시관 건축과 전시물 설계 방안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그러나 북한 측이 북한식 디자인을 고수하고 있어 일부 이견 조율 과정이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 관장은 "만경대 풍경구에서 추진되는 모든 사업은 반드시 조선 최고영도자의 비준을 거쳐야 한다"면서 "이 전시관은 수준 높은 현대예술관이 될 것이며 중국과 북한 인민 간의 새로운 우의 관계를 형상화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위인납상관은 그간 북한당국의 의뢰를 받아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북한 지도자들의 밀랍상을 전문적으로 제작해왔다.

장 관장은 지난 1996년 김일성 밀랍상 제작을 시작으로 북한과 인연을 맺은 뒤 2013년에는 야전복 차림의 김정일 위원장 밀랍상을 만들어 북측에 제공했다. 김정일 위원장 밀랍상은 여러 차례 북측의 승인을 거쳐 4개월만에 완성됐다. 북한은 지난해 4월 장 관장에게 외국인 최초로 '인민 예술가' 칭호를 수여하기도 했다.

만경대는 김일성의 출생지이자 생가가 있는 곳으로 북한 인민들의 '성지'로 불린다. 환구시보는 북한이 이곳에 전시관 설립을 허용한 것은 "관례를 깬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약 5000㎡의 부지에 들어설 전시관은 조선노동당 혁명투쟁사와 지도인물을 전시하는 '혁명관',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는 각국 원수들과 정부수뇌 등을 전시하는 '우의관', 건국 이후의 영웅과 모범인물을 전시하는 '공훈관'으로 구분된다. 그중에는 과거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는 중국 지도자들 밀랍상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시관 건립은 오는 10월10일 조선노동당 창건 70주년을 경축하기 위해 추진됐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최근 냉랭해진 북중 관계 복원에 직접 나섰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을 고려할 때 중국과의 관계 회복을 위한 움직임이라는 해석도 비중있게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