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서동록 서울시 경제진흥본부장 "세계도시와 경쟁 경제수도 육성이 해법"

2015-07-28 16:00

서동록 서울시 경제진흥본부장이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민선 6기 서울시정의 경제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김세구 기자 k39@aju]


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한강의 기적은 멈췄고, 한국 경제는 뜨거워지는 물 속의 개구리와 같습니다."

1970년대 말 우리나라는 월남 파병, 독일에 근로자 파견, 중동 건설업 진출 등으로 고도 압축성장을 이뤄냈다. 과거 텅 비었던 정부 곳간에는 돈이 넘쳤고, 서울에는 급격하게 늘어난 인구를 수용하느라 고층빌딩과 아파트가 빠르게 들어서며 획기적으로 변화됐다. 바로 '한강의 기적'이다.

서동록(46) 서울시 경제진흥본부장은 지난 27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3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모습으로 말문을 뗐다. 그러면서 1970~1980년대 제조업 바탕으로 발전을 거듭했지만 과거의 공식은 전혀 효과적이지 않은데도 여전히 안주하고 있다고 지적이다.

다국적 컨설팅 전문회사인 맥킨지(McKinsey&Company)는 2013년 '제2차 한국 보고서 신성장 공식'을 발표하며 동일 맥락으로 언급했다. 보고서는 내수시장 활성화 차원의 보건의료·사회복지·관광·금융 등 4대 서비스 부문을 육성해 더 나은 일자리를 만들라고 알렸다. 당시 주도적으로 해당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던 인물이 바로 지금의 서 본부장이다.

서동록 본부장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제 구상을 실천 중인 총책임자다. 민선 5기부터 추진 중인 융복합·글로벌·공존이 핵심 축인 이른바 '원순노믹스'를 최전방에서 이끈다. 기업에서 볼 땐 CKO(Chief of Knowledge Officer, 최고지식경영자) 혹은 CVO(Chief Vision officer, 최고비전책임자) 정도로 해석될 수 있다.
 
저성장 늪에 빠진 서울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궁극적으로 좋은 일자리가 많이 필요하다는 서 본부장은 "산업을 육성하고, 고용 지원을 펼치는 게 모두 같은 맥락이다. 이런 측면에서 패션 업종은 미국 중심지 뉴욕처럼 서울이란 강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고, 가능성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 화장품 관련기업이 중국으로 뻗어나가고 있는데 그 다음은 패션이라 생각한다"며 "최근 서울을 찾은 세계의 패션 권력으로 불리는 인터내셔널 보그 에디터 수지 멘키스(Suzy Menkes)도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시는 라이프 사이클이 빠른 도시형 패션산업의 중장기적 지원을 벌일 계획이다. 업무공간, 장비 등 인프라를 구축해 제공하는 한편 전문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교육기관 설립도 검토 중이다. 다시 말해 서울시는 인큐베이터로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더불어 무한경쟁 시장에 나가 자립기반을 갖추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이와 함께 사회적기업 활성화를 통해 고학력 청년층의 실업 적체 해소에 나설 방침이다. 양적 팽창보다는 질적 정비를 도모한다는 취지다. 예컨대 주식회사에서 전환된 외식업 프랜차이징(가맹업자) 협동조합이 주도해 사회적가치를 반영한 청년창업을 돕고, 소규모 봉제공장과 신진 디자이너를 연계해 윤리적패션을 지향하는 20~30대 주축의 사회적기업이 그것이다.

서동록 본부장은 "주거난 해결을 위한 1인 가구 공유주택 공급 프로젝트나 미술작가 창작환경 개선 및 공동 작업공간 마련 등의 시도가 활발하다. 사회적경제는 창의적이고 혁신적 마인드와 연대 그리고 협력의 가치가 어우러져 다양한 도전을 가능케 하면서 실제 발휘되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지역 간 균형발전이란 명분 아래 수도권 규제를 강화하면서 금융·연구개발(R&D) 등을 여러 도시로 분산시키는 것과 관련해 도시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간단히 시대착오적 역차별로 해석이 가능하다. 현 추세가 한국-중국-일본 등 국가 간이 아니라 서울-상해-도쿄 국제도시 간의 각축전 형태로 벌어지면서, 서울시가 경제수도 또는 경제특별시란 주제로 생존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당장에 닥친 현안의 해법으로 일명 '서울특별법' 제정이라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그야말로 기업이 활동하기 좋은 여건을 자치단체 차원에서 갖추자는 것이다. 무엇보다 모든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싱가포르, 홍콩 등지와 같이 유연한 시장질서 마련이 우선 과제다. 반대로 진입장벽은 대폭 낮춘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외국인 투자가 지금보다 10배 이상 커질 것으로 장담했다.

장기적으로 서울을 경제특별시로 길러내야 한다는 서동록 본부장은 "누구나 울산과 부산하면 떠오르는 게 자동차, 항만으로 각 지역특성이 충분히 반영된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그렇지만 서울은 각종 인프라를 어떻게 보면 'N분의 1'식으로 지방에 나누다보니 한계가 뚜렷한 실정"이라면서 "공급자 위주가 아닌 파트너, 즉 서울에 둥지를 이미 틀었거나 이를 고민 중인 대기업이나 외국업체 요구에 맞춰 기능이 재배치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얼마 전 서 본부장은 세계 핀테크(FinTech) 중심지 런던으로 직접 날아가 액셀러레이터 '레벨 39' CEO 에릭 반 더 클레이(Eric Van der Kleij)와 업무협약을 맺고 스타트업 양성에도 본격 나섰다. 영국 엔틱(ENTIQ)사가 만든 세계 최고 수준의 프로그램을 도입해 핀테크, 스마트시티, 사물인터넷(IoT), 사이버보안 등 창업자를 발굴·지원하며 '스타트업 허브'로 거듭난다는 구상이다.

서동록 본부장 "2017년 개관을 목표로 조성 중인 마포구 공덕동의 '서울창업허브'는 향후 스타트업 통합창구 겸 시민 창업친화 공간으로 선보이게 된다. 우수 창업가 및 기업 배출, 투자자 등이 한 곳에 모이는 네트워킹과 타기관 간 유기적 연계·협업의 구심점으로 역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동록 서울시 경제진흥본부장이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민선 6기 서울시정의 경제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김세구 기자 k39@aj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