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삼성전자의 ‘백혈병 사태’ 딜레마

2015-07-26 14:38

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지난 23일 발표된 조정위원회의 '백혈병 사태' 권고안을 놓고 삼성전자가 딜레마에 빠졌다.

이날 발표된 권고안의 핵심 내용은 △공익재단 설립을 위해 삼성전자가 1000억원을 기부할 것 △삼성전자를 제외한 7개의 사회단체가 공익 법인 이사회를 추천할 것 △이사회가 추천한 옴부즈맨에게 삼성전자 내부 점검권을 부여할 것 등 크게 3가지다.

이 같은 내용이 발표되자 당시 발표장에 함께 있던 삼성전자측과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측의 분위기는 사뭇 상반되게 바뀌었다.

삼성전자 고위 임원진의 얼굴은 굳어졌다. 임원들은 권고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지는 상황에도 말 한마디 하지 않은 채 상기된 얼굴로 발표장을 떠났다.

발표 직후 짧게나마 취재진에게 “큰 틀에서 볼 때 조정위에서 많이 신경 써주신 것 같다”라는 입장을 밝힌 반올림측의 대응과는 대조되는 부분이다.

이후 삼성전자는 출입기자들의 메일로 "고민 되는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공익 법인 설립이라는 조정위 권고안의 큰 틀은 받아들이는 쪽으로 할 것”이라면서도 권고안 내에 법인 이사회 구성과 옴브즈맨 제도 등에 대해서는 난감한 기색을 표했다.

권고안에 따르면 경실련, 참여연대 등 반도체 생산과 상관없는 단체의 인사가 공익 법인 운영진에 포함돼있고, 그 분들이 반도체 생산라인을 점검하도록 돼 있는데 이 부분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백혈병’ 문제를 끌어온 기간은 자그마치 8년이다.

만약 삼성전자가 8년만에 도출된 권고안을 일부 세부사항 때문에 거부한다면 ‘회사를 위해 일하다 숨진 직원을 8년째 외면하는 비정한 기업’이라는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다만 피해자 유가족을 위해서도 ‘빛 좋은 개살구’식이 아닌 현실적으로 지속가능한 보상안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10일의 이의제기 기간이 지나면 권고안은 수용된 것으로 간주된다. 해당 기간 동안 삼성전자는 기업의 이득과 손실을 계산하기 이전에 조정위, 반올림 등과 함께 현실적인 보상안을 위한 세부사항 조율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