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차상면 회장 "의료관광, 부가세 환급으로 브로커 근절해야"
2015-07-24 03:00
브로커, 수수료 최대 90% 가져가
정확한 진료비 알면 불법 발 못붙여
싱가포르는 7~15%로 정부가 양성화
무자격 다리수술 막게 '실명제' 필수
의사회, 중국인 환자 표준동의서 배포
메르스로 한국의료 불신감 더해져
성형외과 유커 환자 50~80% 줄어
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국내에 의료관광을 오는 유커가 급감했습니다. 이를 하루빨리 극복하려면 부가가치세 환급 법제화를 서두르고, 대리수술 근절 강화에 나서야 합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메르스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6월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작년 같은 달보다 41% 줄었다. 외국인 관광객이 감소한 것은 2013년 5월 이후 25개월 만이다.
의료관광을 비롯해 국내 관광시장의 가장 '큰 손'인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외면이 심각했다. 지난달 방한한 유커는 작년 6월보다 45.1% 적었다.
메르스 사태가 진정된 7월 이후 상황도 마찬가지다. 7~8월 국내 패키지 관광상품을 예약한 외국인은 20만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 줄었다. 특히 유커는 84% 급감한 13만명에 머물 전망이다.
차 회장은 "국내 성형외과의 외국인 환자가 예년보다 50~8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며 "특히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공포를 경험한 중국인의 감소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실태를 전했다.
대형 성형외과는 통상 환자가 20% 정도만 줄어도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더구나 7~8월은 여름방학과 휴가철이 겹쳐 성형외과의 최대 성수기로 꼽힌다.
◆메르스 사태·한국의료 불신으로 의료한류 '흔들'
차 회장은 정부의 초기대응 부실로 인한 메르스 사태 장기화에 한국의료에 대한 불신감이 더해져 국내 의료관광이 예상보다 더 큰 타격을 입었다고 진단했다.
불법 브로커로 인해 과도하게 부풀려진 진료비, 수술을 하기로 한 의사가 아닌 섀도닥터(Shadow doctor·유령의사)가 수술을 하는 대리수술 등 그간 해외환자의 불만을 사 왔던 문제들이 함께 터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 언론은 최근 들어 이런 문제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차 회장은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사태 해결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환자, 특히 중국계 환자들이 가장 우려하고 궁금해 하는 것은 검증된 전문의가 대리수술 없이 안전한 수술이 가능하냐는 것"이라며 "이를 증명하려면 일단 '수술의사 실명제'가 실행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수술의사 실명제는 수술실 외부에 수술 의료인의 이름과 사진을 의료면허와 함께 게시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지난 2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수술환자의 권리보호 및 안전관리 강화 대책'에 포함돼 법제화가 이뤄지고 있다.
성형외과의사회는 이와 별도로 중국인 환자용 '표준 수술동의서'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전국 성형외과에 배포했다. "수술동의서를 작성하면 환자들이 더 많은 권리를 찾을 수 있게 된다"고 차 회장은 설명했다.
또 국내 성형외과 전문의가 해외에 진출할 경우 의료인으로서 문제가 없다는 것을 증빙하는 '자격 검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의사회 차원에서 대리수술 근절을 위한 지속적인 감시를 벌이는 한편 제보를 받고 있다. 섀도닥터 사례가 의심되는 성형외과에 대해서는 실태조사와 함께 자율협약을 실행 중이다.
◆부가세 환급, 불법브로커 근절·세수 확보에 도움
차 회장은 "외국인 환자에 대한 부가세 환급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미용·성형진료를 받는 환자에게 진료비의 10%를 부가세로 과세하고 있다.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환자도 이를 내야 한다. 2014년 2월 이전까지는 쌍꺼풀·코성형 수술 등으로 제한됐던 과세 대상이 지금은 치료가 아닌 모든 미용이나 성형진료로 확대됐다.
성형외과의사회는 2013년부터 해외환자에 대한 부가세 환급을 요구하고 있다. 부가세 환급이 해외환자 불법 브로커를 대폭 줄여 한국의료 신뢰도를 높이고, 진료비 투명화로 세수 확보에도 이바지한다는 이유에서다.
불법 브로커들은 환자에게 진료비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것은 물론 진료비를 부풀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병원에서 받는 수수료 비율에 따라 환자 의사와 상관없이 병원을 옮기는 사례도 있다.
의료관광 선진국인 싱가포르는 7~15%의 수수료를 정부에서 인정해주고 실제로 많은 업체가 이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브로커의 수수료가 진료비의 최대 90%에 이를 만큼 비정상적이다.
이는 한국의료 불신, 나아가 한국 의료관광 외면으로 이어진다. 실제 이미 많은 중국인 환자가 한국 대신 일본 등 다른 나라를 찾고 있다.
차 회장은 "중국 환자들에게 고액의 수수료를 편취하는 행위는 국가 간 사기 행위에 해당할 정도로 심각해 국제분쟁의 위험까지 있다"면서 "불법 브로커들이 계속해서 활개 하면 유커의 발길은 일본, 싱가포르, 태국 등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용·성형진료의 부가세 환급이 불법 브로커 근절에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차 회장은 "부가세 환급으로 해외환자가 본인이 낸 수술비가 얼마인지 정확히 알게 되면 결과적으로 불법 브로커들의 설 자리가 줄어들어 안전하고 건전한 의료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가세 환급은 국고 확보에도 든든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병원의 외국인 환자 수입이 투명하게 드러나 탈세를 잡기위해 행정력을 낭비할 이유가 없어진다. 재정누수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된다.
차 회장은 "외국인 대상 부가세 환급 정책은 향후 의료관광의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정책"이라며 "해외환자를 유치하는 대부분의 의사도 이를 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형외과의사회의 자체 조사 결과를 보면 의사의 약 70%가 부가세 환급에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성형외과의사회가 3년간 준비해온 이 정책은 최근 법제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3일에는 한국보건사회진흥원 주관으로 공청회가 열리기도 했다.
그러나 해외환자에게만 부가세를 돌려주는 것은 내국인 역차별이라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차 회장은 "외국인 환자가 우리나라에서 수술을 받더라도 이를 향유하는 곳은 수술 후 돌아가는 자국"이라며 이들에게 부가세를 돌려주는 것은 과세지구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차 회장은 "한국의료 이미지가 메르스 사태 이후 크게 실추되고, 성형수술 부작용 보도 등으로 중화권 국가에는 큰 불신감까지 안겨줬다"면서 "뼈를 깎는 심정으로 취약점을 보완해 한국의료가 재도약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