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친선특급, 베를린까지 1만4400㎞ 달린다

2015-07-12 17:12
한반도종단 빠진 친선특급…남북관계 개선은 '필수 전제'

[사진= 아주경제 그래픽]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정·재계와 학계, 문화계 인사와 대학생 등 250여명이 열차를 타고 유라시아를 횡단하는 '유라시아 친선특급 2015' 행사가 14일부터 20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이번 행사는 유럽과 아시아간 교통·물류 네트워크 구축으로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통일의 초석을 닦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의 일환이다. 하지만 '한반도 종단'이 빠진 이번 행사를 두고 '남북관계 개선'이 선제적 과제라는 지적도 있다.

12일 외교부와 코레일에 따르면 14일 서울역에서 발대식을 가진 참가자들은 비행기편으로 러시아의 극동 자유항인 블라디보스토크와 중국 베이징으로 이동한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특별 전세열차를 타고 아시아와 유럽을 넘어 독일 베를린까지 1만1900㎞를 달리는 '북선' 참가자들이, 베이징에서는 이르쿠츠크까지 2500㎞를 이동하는 '남선' 참가자들이 열차에 오른다. 지구 둘레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만4400㎞의 대장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대륙의 동쪽 끝 한반도에서 러시아·중국을 거쳐 서쪽 독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여정은 세계 GDP의 60%를 차지하지만 이념적·지리적으로 단절됐던 유라시아 대륙을 교통·물류·에너지망으로 연결해,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으면 우리의 교역 무대도 확장될 수 있다는 데 착안했다.

중요한 고리는 유라시아를 관통하는 대륙철도망에 해양으로의 관문인 한반도를 연결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남북을 관통하는 3대 철도망(경의선, 경원선, 동해선)은 모두 군사분계선에 막혀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드레스덴 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의 기본은 남북 당국간 대화와 민간급의 교류협력이지만 이 부분이 전혀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실현된 미래를 일반 국민들이 직접 체험해 보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외교부와 코레일에 따르면 11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행사에 참가하는 이들의 이력 또한 다채롭다
   
이 중에는 국제시장과 명량을 소설화한 작가 김호경씨와 한복 디자이너인 권진순씨, 부산롯데호텔 한식요리사 김형준씨, 연극배우 박새라씨,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와 안현수 선수의 동시통역을 맡았던 모스크바 국립대 교환학생 전소현씨, 유라시아 철도 전문가인 박은경 동양대교수, 채일권 우송대 겸임교수 등이 포함됐다.

일제강점기 만주와 시베리아를 무대로 일본군과 맞서 싸웠던 독립운동가의 후손들도 열차에 오른다. 헤이그 밀사의 일원인 이준 열사의 외증손자인 조근송(60)씨와 안중근 의사의 6촌 손녀인 안현민(22·여·경북대 성악과)씨가 대표적이다.

또 일제강점기였던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을 따낸 고(故) 손기정 선수의 외손자인 이준승(48) 손기정 기념재단 사무총장도 할아버지의 발자취를 되짚을 예정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바르샤바에서 베를린까지 참가단의 일원으로 열차에 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