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마진 좋은데 수요 부진한 '역설'

2015-07-12 11:57

석유화학 공장 전경.[SK이노베이션 제공]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 석유화학 제품 마진이 수년래 고점 수준이지만 수요는 부진하다.

수요가 적은데 수익성이 좋다는 것은 역설적이나, 중동과 북미 간의 셰일자원 경쟁으로 저유가가 유지되는 등 인위적인 시장 압력이 이같은 현상을 초래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요는 여전히 더디게 회복돼 유가 변동에 따라 업황이 급변할 수 있는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원유 또는 납사 원가 대비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제품 마진이 수년래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다.

특히 납사를 분해해 화학제품 중간 원료인 에틸렌을 만드는 NCC(납사크래커)부터 폴리에틸렌·프로필렌 제조 설비까지 갖춘 아시아 화학기업들의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의 경우 SK종합화학,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등이 이같은 수직계열화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수요가 부진해 판매량이 저조한 것이 변수다.

국내 기업의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 수출은 물량 기준으로 2분기 들어 4~5월 전년동기대비 마이너스 성장률을 나타냈다. 주요 수출 시장인 중국과 인도 등에서 판매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최근 기준금리 및 지급준비율 인하 등 단기 부양책에도 나섰지만 수요는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 정유 4사와 한화토탈 등이 생산하는 화학섬유 원료 방향족(아로마틱) 계열 제품(벤젠, 파라자일렌(PX)) 수출은 4~5월 중국을 중심으로 크게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내 전방 제품 증설 및 방향족 설비 트러블 등 수급 이슈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 내 전방 제품 기업들이 과잉 공급에 따라 가동률 하향 조정을 시작하는 등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으로 보여 향후 시장 흐름은 달라질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 석유화학 산업은 미국의 셰일가스 기반 화학제품이 아시아에 대거 유입돼 공급과잉이 벌어질 것에 대한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17년에 중국과 미국의 에틸렌 신증설이 많이 예정돼 있었다”며 “그런데 유가가 급락하면서 미국의 일부 가스전이 문을 닫아 신증설도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추세다. 당초 전망보다는 시기가 좀 더 지연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