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결국 사퇴…정치생명 걸고 버틴 이유는 '헌법 1조1항 때문'

2015-07-08 14:46
원내대표 선출 156일만에 하차…당청갈등 진화 주목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집권여당은 결국 '유승민 카드'를 버렸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 4시간이 넘는 마라톤 난상 토론 끝에 '원내대표 사퇴 권고'라는 사상 초유의 결론을 내렸다.

의총에서는 한때 '표결'로 결론 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새누리당은 '이의없이' 박수로 사퇴 권고 결정을 내렸다. 김무성 대표는 이 같은 의총 결과를 들고 유 원내대표 방으로 찾아가 직접 전달했다. 

의총 결과를 받아든 유 원내대표는 전날 밝힌대로 깨끗히 의총 결과에 승복,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 공식 발표했다. 국회법 개정안 위헌논란으로 촉발된 자신의 거취 문제를 담담하게 '결자해지'하는 모습이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사퇴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인사하고 있다.[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이날 사퇴는 지난 2월2일 원내대표에 선출된 이후 156일만의 '중도하차'다. 또 지난 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며 유 원내대표를 겨냥해 '배신의 정치 심판론'을 언급한 지 13일만이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저는 오늘 새누리당 의원총회의 뜻을 받들어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다"면서 "무엇보다 국민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또 "고된 나날을 살아가시는 국민 여러분께 저희 새누리당이 희망을 드리지 못하고, 저의 거취 문제를 둘러싼 혼란으로 큰 실망을 드린 점은 누구보다 저의 책임이 크다"면서 "참으로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친박계의 거센 사퇴 요구에도 오랜 기간 사퇴 선언을 하지 않은 것과 관련, "내 정치 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이 다소 혼란스럽고 불편하더라도 누군가는 그 가치에 매달리고 지켜내야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목은 "사퇴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고 지난 2주를 버텨온 유 원내대표의 일관된 발언의 연장선상으로, 원내대표 자리를 지키는 것이 헌법에서 규정한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한다는 자신의 소신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어 "평소 같았으면 진작 던졌을 원내대표 자리를 끝내 던지지 않았던 것은 내가 지키고 싶었던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 가치는 법과 원칙, 그리고 정의"라고 강조했다.  "지난 2주간 저의 미련한 고집이 법과 원칙, 정의를 구현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저는 그 어떤 비난도 달게 받겠다"면서 "거듭 국민 여러분과 당원 동지 여러분의 용서와 이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유 원내대표는 지난 4월 자신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언급하며 "제가 꿈꾸는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의 길로 가겠다. 진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를 하겠다고 했던 약속도 아직 지키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더 이상 원내대표가 아니어도 더 절실한 마음으로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길로 계속 가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새누리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원내대표의 사퇴 후 일주일(7일) 이내 후임을 선출해야 한다. 다만 선출규정 3조 5항에 따르면 부득이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선출 시기를 달리할 수 있다고 돼 있어서 다소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추가경정예산 등 7월국회 현안이 산적해 있어 가급적 '추대' 형식으로 빠른 시일 내 선출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