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준 단장 "장관 현장 소리 무시한다..범예혁 발족 투쟁할 것"
2015-07-03 17:40
국립오페라단장에 김학민 연극영화과 교수 내정 반발
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문화체육부가 김학민 경희대 연극영화과 교수를 국립오페라단장으로 내정하자, 오페라계가 또 반발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인사정책에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월 국립오페라단장에 성악가 한예진씨가 임명되면서 한차례 내홍을 겪었던 오페라계는 이번 인사에도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긴급 결성된 오페라융성위원회는 1일 서울 청담동 프리마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이번 결정을 규탄했다.
선두엔 박현준 한강오페라단단장이 있다. 3일 만난 박 단장은 “오늘 김학민 씨가 결국 임명 됐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자리에는 탁계석 한국예술비평가 회장도 함께 했다.
4개월 넘게 공석이던 국립오페라단 단장 자리는 '뜨거운 감자'가 됐다. 도대체 왜 반발하는 것일까.
박현준 단장은 "정부가 오페라인들의 아우성에 귀 기울여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단적인 인사다. 장관이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한다”며 “각계의 여론을 수렴하지 않다보니 예술계에 지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고 개탄했다.
새로 임명된 김학민 국립오페라단 단장은 서울대학교, 텍사스주립대학교에서 학위를 받은 후 '마술피리', '나비부인', '리골레토', '세빌리아의 이발사', '아이다' 등의 오페라를 연출했고, 책 ‘오페라 읽어주는 남자’를 출간하기도 했다.
문체부는 "김 내정자의 오페라에 대한 풍부한 전문 지식과 현장 경험, 공정하게 오페라단을 운영할 수 있는 능력, 유연한 사고와 온건한 성품을 바탕으로 한 소통능력이 선정 이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단장은 "겉으로 보기에는 오페라 관련 경험이 많아 보이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김학민 단장은 오페라계 밖의 사람이다. 풍부한 현장 경험은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리를 함께한 탁계석 회장도 "국립오페라단 단장 임명 문제의 결정적 원인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잘못된 인사 시스템과 소통의 부재"를 꼽았다. 탁 회장은 “기관장이 임명될 때 예술인들이 모여 임명 후보자들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이렇다 보니 현장의 의견은 무시되고 장관 마음대로 기관장 임명이 이뤄진다”고 꼬집었다.
소통의 부재도 현재의 상황을 파국으로 몰고 가는 원흉으로 거론됐다. 탁계석 회장은 “도무지 우리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허심탄회하게 모든 것을 드러내고 얘기하면 좋을 텐데 우리와 대화하려고 하지 않는다”라고 하소연했다.
지난 4월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한 고시원에서 숨진 연극배우 故 김운하 씨의 얘기도 나왔다. 박단장과 탁회장은 지난 2011년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씨의 죽음으로 예술인들에 대한 복지의 필요성이 제기돼 ‘예술인 복지법’이 마련됐지만 故 김운하 씨는 이 혜택을 받지 못했다. 문화계 일의 주무 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가 현장에 있는 연극인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박현준 단장은 “정부가 탁상행정만 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까지 갔다 온 예술인들 중에서도 아이들 분유 살 돈이 없어 힘들어 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4대 보험 같은 복지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단장은 '문화주권찾기 범예술혁신연대'(범예혁)를 통해 이번 인사 결정에 대한 대규모 시위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덕 문체부 장관 퇴진 요구와 함께 무용, 영화 등의 분야로 참가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범예혁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인사 정책을 비판해온 오페라, 연극, 미술계 일부 인사들이 발족했다. 국립현대미술관장 공모에서 탈락한 최효준 전 경기도립미술관장, 서울연극제를 놓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갈등을 빚은 서울연극협회의 박장렬 회장등이 범예혁에 참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