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신종감염병이라 대비 부족·초기 확산 못막아…종식 후 근본 대비책 마련"(종합)
2015-06-25 00:03
외국방역전문가와 간담회… "신종감염병 대응조직·제도 갖춰 나갈 계획"
아주경제 주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현재 정부는 강도 높은 조치를 시행하면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종식에 모든 역량을 기울이고 있고, 앞으로 종식되면 전문가들과 함께 대응 과정 전반을 되짚어서 문제점을 분석하고 근본적인 대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및 보건복지부(DHHS), 세계보건기구(WHO)의 방역 전문가 5명과 감염병 대응 체계 강화를 위한 간담회를 갖고 "메르스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겪는 낙타에서 시작된 신종 감염병이기 때문에 대비가 부족했고, 또 그 유입과 확산을 초기에 막지 못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경험을 토대로 해서 신종 감염병에 효과적으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조직이라든가 인력, 제도를 갖춰나갈 계획"이라며 "우리나라가 감염병 대응 체계를 혁신할 수 있도록 세계적인 방역 전문가 여러분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기를 바라고, 또 통찰력 있는 조언을 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지금 누구나 자유롭게 세계를 오가는 시대이기 때문에 국경을 넘나드는 감염병에 대한 대응은 어느 한 나라의 힘만으로는 대응이 가능하지 않다"며 "그래서 세계적으로 같이 대응을 해야 되고, 또 국제공조가 따라서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메르스와 같은 신종 감염병에 노출될 가능성에 대비해서 세계 각국은 연구조사 활동에 박차를 가해야 하고, 또 이 분야에 공조를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와 관련해서 양자 간에, 또는 다자간에 공조를 강화할 분야와 협력 상시화를 위해서 어떤 조직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지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 의견을 나눠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스티브 레드 CDC 공공보건 예방대응센터장, 홀리 웡 DHHS 글로벌이슈 담당 수석부차관보(이상 미국), 실비 브리앙 감염병국장, 박기동 서태평양지역 사무처 국장, 브라이언 맥클로스키 자문관(이상 WHO) 등이 참석했다.
우리측 인사로는 김우주 메르스 즉각대응태크포스(TF) 팀장(대한감염학회 이사장)과 김홍빈(분당서울대병원 교수)부팀장이 참석했고,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도 함께했다.
CDC측 인사들은 지난 12일 박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시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이 메르스를 조속히 극복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한 데 이은 우리측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WHO측 인사들은 박 대통령이 지난 19일 신종감염병 방역체계의 근본적 개편과 함께 국제공조를 강화해 나가고자 마가렛 찬 WHO 사무총장에게 직접 전문가 파견을 요청해 성사됐다.
간담회 의제는 우리나라의 감염병 대응체계 혁신 방안, 글로벌 신종감염병 대응을 위한 국제공조방안, 오는 9월 서울에서 열리는 글로벌보건안보구상(GHSA) 세부 과제 등이다.
이날 간담회는 특히 청와대와 세종청사 간 영상회의로 진행됐으며,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세종청사에서 원격으로 '한국의 메르스 대응 현황 및 감염병 대응체계 개편방향'을 발표했다.
외국 전문가들은 간담회에서 "신종 감염병에 대한 지식은 매우 제한적인 상황으로 한국과 같이 최고 수준의 보건의료 역량을 가진 나라에서도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메르스와 관련, "초기 대응이 미흡한 부분이 있었으나 이후에는 범정부적으로 강화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 "이번 대응과정에서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는 방향으로 신종감염병 대응체계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 감염병 발생시 보건당국 외 교육 등 여러 분야의 협력이 필요하며 △ 감염병 유형별로 대응 시나리오를 만들어 평소 훈련을 하는 것이 중요하고 △ 국제공조와 협력을 통해 감염병 정보와 대응방법을 교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신종 감염병은 의료기관이 얼마나 잘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며 의료기관에 감염전문가가 상주해 감염병 확산을 차단하는 동시에 의료진을 보호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왜곡된 정보가 유통돼 실제 감염병 대응에 어려움을 초래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국내뿐 아니라 국제사회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같은 바이러스라도 각국의 사회·문화적 차이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대형병원 쏠림현상이나 의료쇼핑, 병문안 문화 등이 바이러스 확산에 영향을 미쳤으며 이런 환경·문화 차이를 반영한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WHO 및 각국과의 협력을 통해 신종 감염병 정보를 상시적으로 확보, 의료기관에 제공해 감염병 유입에 대비하는 체계를 갖출 것"이라면서 "WHO와 미국 CDC, 영국 공중보건청의 경험을 참고해 메르스를 종식시키고 한국 상황과 보건의료시스템에 맞는 신종 감염병 대응 체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야당을 비롯해 여당 일각에서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것과 관련, "현재로선 메르스 사태에 대처하고 이를 종식시키는 것이 우선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CDC 및 WHO의 방역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갖고 메르스 등 신종감염병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것도 메르스 사태 종식과 체계적인 대안 마련이 우선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이는 현 국면에서 박 대통령의 사과 또는 유감 표명이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돼선 안되고, 정부와 정치권이 우선 메르스 사태를 극복하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