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는 살려달라는데… 중소조선소 자금지원 ‘정치논리’에 피멍
2015-06-24 08:44
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상선시장 회복 둔화, 자금압박 등으로 고사위기에 몰린 국내 중소조선업계에 먹구름이 다시 드리워지고 있다. 노동자들은 중소조선사의 회생을 위해 정부가 지원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중인 반면, 정치권은 회생이 한창인 중소조선사를 부실기업으로 낙인찍고, 자금지원을 정치논리로 해석하며 정쟁(政爭)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 중소조선업계 정부가 살려야
2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는 22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남의 중형 조선소가 정부의 방관으로 줄줄이 도산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같은 목소리는 지난 달 30일 열린 조선노조연대는 출범식에서도 나왔다. 노조연대는 출범선언문을 통해 “한국 조선산업이 중병을 앓는데도 정부는 구경만 하고 있다. 국가정책과 지원대책 없는 한국 조선산업의 현재와 미래는 어둡다. 조선산업과 조선소 노동자들에 대한 응급조치가 시급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정치권 자금지원 수출입은행에 ‘맹공’… 조선업계는 ‘그게 아닌데’
박영선 의원은 이날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에게 “성동조선이 제2의 경남기업이 되는 게 아닌가”라는 우려를 전달하고,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무역보험공사가 채권단을 떠난데 대해 “수출입은행 주도의 정상화 방안에 투명성이 결여돼 있어 채권단 이탈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 932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출자전환과 3000억원을 단독 지원한 데 대해 정치권의 압력이 있어 가능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을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관영 의원은 수출입은행으로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성동조선 1조5000억원, STX조선 1조2000억 원, SPP조선 9000억 원, 대선조선 4800억 원 등 이들 4개 중소 조선사에 4조 원가량을 수은으로부터 대출받았으며, 산업은행이나 무역보험공사 등에서 이들 4개 조선사에 투입된 금액을 다 합치면 10조 원에 육박한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선업계 관계자는 “박 의원이 말한 성동조선이 제2의 경남기업이라는 말은 지나친 비약”이라며 “오너가 직접 청탁을 통해 비리를 저지른 기업과 국책금융기관의 관리와 지원을 받고 있고, 정상화가 진행중인 기업을 비교하는 것을 보면 정치권이 조선업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또 성동조선에 대한 금융기관의 채권단 이탈에 대해서도 금융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이 제 살자고 기업을 외면한 꼴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우리은행은 매각 시점을 올 연말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미 성동조선해양에 지원했던 자금 상당부분을 회수해간 상태”라면서 “거기에 추가자금 지원이 진행될 경우 가치평가가 낮아질 수 있어 자금지원을 꺼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계 정치권의 공생위한 논의가 우선
조선업계는 대출 규모가 크다고 해서 부실기업이라 낙인 찍는 것은 앞서가는 주장이라고 말한다. 또 일부 중소형사를 제외하고 상당수 업체들은 이익 회복세가 기대된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형 조선소들도 유럽발 재정위기 이후 수주했던 저가 물량으로 최근 수 천 억원에서 수 조 원의 적자를 냈다. 하지만 2013년 이후 수주했던 선박들의 경우 제 가격을 받았고, 본격 건조에 돌입해 영업이익 회복세를 점치고 있는 상황”이라며 “채권단의 관리를 받는 조선사들은 더 엄격한 수주기준을 준수하고 있어 이익 회복세가 기대된다. 그만큼 대출금액 상환은 빨라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자금지원 문제로 기관을 평가하기 보다 우선 중소조선소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치권과 관련기관 간 협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른 관계자는 “단지 돈이 없다고 해서 자금만 지원하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맞다”면서 “지금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 일본과 중국과 같이 국가가 해외선주들을 모셔오기 위해 다양한 금융정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도 서둘러 중소조선사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책마련에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