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지사 ‘남부연합기’ 퇴출 주장

2015-06-23 07:14
정치권 엇갈린 입장 정리 효과 기대

[사진=폭스 뉴스 화면 캠처 ]


아주경제 워싱턴특파원 박요셉 기자 = 흑인교회에서의 무차별 총격사건이 발생했던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니키 헤일리 주지사가 22일 주 의회 건물에서 남부연합기를 퇴출시킬 것을 주장했다. 

헤일리 주지사는 이날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남북전쟁이 끝난지 150여년이 지난 지금이 (남부연합기를 내릴) 시점”이라며 “더이상 이 깃발이 우리의 위대한 주를 상징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남부연합기는 찰스턴시 임마뉴엘 AME 교회에서 총기를 난사해 아홉명을 숨지게 한 딜런 루프의 사진들에서 등장하며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이 깃발은 1861년부터 1865년까지 이어진 미국 남북전쟁 때 노예제도를 지지한 남부연합 정부가 사용했었다.

미국에서는 남부연합기가 남부의 백인들에게 문화적 정체성, 지역의 자존심을 대변하지만 아프리카계 미국인, 민권 운동가들에게는 인종차별주의, 백인 우월주의 상징물로 여겨진다. 붉은 바탕에 푸른 X자 마크, 별 13개가 새겨진 남부기는 현재 컬럼비아에 있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회 앞마당에 공식적으로 게양되고 있다.

공화당 소속인 헤일리 주지사는 총격사건 후 남부연합기를 게양하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자 종전 입장을 바꾼 것이다. 헤일리 주지사의 이같은 주장은 교회 총격사건 후 남부연합기를 둘러싼 미 정치권의 논란을 일정 부분 정리하는 의미가 있다.

민주당 소속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 깃발을 내려서 박물관으로 보내자는 입장을 보였다. 조시 어니스트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대통령이 6∼7년 전부터 이 깃발은 내려서 박물관으로 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대통령의 입장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남부를 중심으로 보수적 색채의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공화당 예비 대권주자들은 사건 후 남부연합기 사용에 대해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나 보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 등은 "지금은 이 문제로 논쟁하는 대신 애도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도 “사우스캐롤라이나주가 주민들을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면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에 비해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나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 등은 주정부나 자역주민들이 결정할 일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플로리다에서는 깃발을 주의회 마당에서 떼어 원래 있던 박물관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화당 소속 주지사가 직접 남부연합기를 공식적으로 게양하지 말자고 주장한 것은 남부연합기 퇴출 움직임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