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변동성 확대에 빚내 주식 산 개미 비상

2015-06-17 16:30

아주경제 이혜림 기자 = 코스닥 변동성이 갑자기 커지는 바람에 신용융자거래로 빚을 내 주식을 샀던 개인 투자자에 비상이 걸렸다.

증권사는 투자금 전부 또는 일부를 투자자에 빌려주는 신용융자거래 서비스를 하고 있다. 투자자가 이런 식으로 사들인 종목 주가가 일정 기준 아래로 떨어질 경우 증권사는 담보가치 유지를 위해 추가 입금을 요구하거나, 강제로 주식을 반대매매한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닥사 가운데 상장주식 대비 신용융자 비율이 가장 큰 업종은 전일 기준 정보기술(IT)과 경기소비재, 의료업종이다.

종목별로 상장주식 대비 신용거래 비율을 보면 에스텍파마가 10.95%로 가장 높았다. 이에 비해 약 6개월 전만 해도 이 비율이 6%도 안 됐다. 원료의약품을 생산하는 이 회사 신용융자 잔고는 114억1500만원으로 전년 말에 비해 약 264% 늘었다.

씨큐브(9.97%)와 산성앨엔에스(9.23%), 팬엔터테인먼트(9.2%), 다날(9.18%), 에스티아이(9.06%) 5곳도 상장주식 대비 신용거래 비율이 9%를 상회하고 있다.

진주광택안료를 생산하는 소재기업 씨큐브는 최근 신용융자 잔고가 69억5600만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16% 늘었다. 신용융자 비율은 5.77%에서 9.97%로 4%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이 외에도 국순당(8.80%), 뉴로스(8.74%), 한국사이버결제(8.73%), 중앙백신(8.73%), 크린앤사이언스(8.71%), 리노스(8.67%), 지엔코(8.63%), 스맥(8.58%), 파인테크닉스(8.53%), 토비스(8.25%), 엠텍(8.14%), 이-글벳(8.12%), 하이비젼시스템(7.90%), 디지탈옵틱(7.71%) 등이 신용융자 비율 상위 2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주류제조사인 국순당의 경우 올해 들어 신용융자 비율이 가장 크게 늘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만 해도 신용융자 잔고가 22억1700만원 수준이었지만 최근 96억3300만원으로 증가했다. 융자 비율은 2.36%에서 8.80%로 6.44%포인트 뛰었다.

자동차 여과지 제조사인 크린앤사이언스도 지난해 말 2.97%에서 최근 8%대로 신용융자 비중이 높아졌다. 휴대전화 부품사인 파인테크닉스는 이달 중순 신용융자 잔고가 95억원대로 늘면서 융자 비중이 지난해 말 3.20%에서 8.53%로 5.33%포인트 상승했다.

반도체 장비업체인 에프에스티와 오킨스전자도 올해 들어 신용융자 비율이 각각 6.36%포인트, 6.36%포인트 늘어난 7.70%, 6.21%를 기록했다.

이같이 신용거래융자 잔액 비중이 높은 종목은 최근 가격제한폭이 ±30%로 확대되면서 경계 대상 1순위로 지목되고 있다. 담보유지 비율에 따른 증권사의 반대매매로 주가 하락세가 가팔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코스닥 강세 속에 빚을 내 투자에 열을 올렸던 일부 개인투자자들도 조심스럽게 발을 빼는 모양새다. 금융투자협회 집계를 보면 지난달 27일 4조181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신용거래 잔고는 이달 15일 기준 3조8666억원으로 감소했다.

증권사들 역시 반대매매 시기를 앞당기거나 물량산정시 가격 기준을 높이는 등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신용거래 잔고가 많다고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며 "과거부터 많았던 것인지 최근 코스닥 상승 과정에서 급증한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용거래 비중이 높은 종목은 하락변동성이 커질 경우 악순환 고리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거래를 이용하는 투자자의 경우에도 손절매 기준을 반드시 설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