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질환 등 없는 사람은 메르스 증상 없거나 대부분 약해”
2015-06-09 09:26
美보건전문가 “사스보다 전염력 약해”…실제 메르스 사망자 6명 모두 천식·폐렴 등 병력
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폐질환이나 신장질환 등의 질병을 이미 앓고 있던 사람이 아니라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증상은 대부분 약하거나 아예 없을 수 있다고 미국 보건전문가가 지적했다.
대니얼 루시 미국 조지타운대 미생물·면역학 교수는 8일(현지시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기고한 글에서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다만 “폐질환과 신장질환, 면역결핍, 당뇨 같은 질병을 앓고 있던 사람이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면 증상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고 전제했다.
루시 교수는 이어 “메르스 바이러스가 2003년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바이러스의 먼 친척뻘이지만, 사스나 독감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약하다”며 “한국의 메르스 발병이 곧 멈출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에서의 메르스 발병이 주로 병원과 연관된 점, 지금까지 메르스 바이러스 변형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실제 현재까지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들은 대부분 폐렴 등 기저질환을 가진 고령자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는 3번(76), 6번(71), 25번(57·여), 36번(82), 64번(75), 84번(80), 47번(68) 환자 등 7명이다.
이 중 한 명의 사망자만 제외하면 모두 70세 가까이 되거나 그 이상의 고령자다. 57세의 25번 여성 사망자는 고령자는 아니지만 천식으로 인한 호흡곤란을 겪고 있었고, 관절염 치료 목적의 약물을 복용하면서 면역기능이 떨어진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당뇨, 신부전, 만성폐질환, 면역저하 환자를 메르스 감염의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특히 메르스 바이러스는 폐와 콩팥을 공격하기 때문에 천식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과 만성 신장병 환자는 더욱 취약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대한예방의학회는 해외 메르스 환자 1018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암과 당뇨병 등 기저질환이 있는 메르스 환자의 사망률은 44.3%로, 건강한 환자의 10.7%보다 4배 이상 높았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