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프라스, 융커와 '그리스 개혁안' 놓고 날 선 설전…"모욕의 경계선"

2015-06-08 09:32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지난 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나 구제금융을 위한 그리스 개혁안에 대해 논의했다. 치프라스 총리의 브뤼셀 방문은 지난 1월 당선된 후 처음이다. [사진= 유럽정책뉴스 euractiv 영상 화면 캡처]


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이 몇 달째 난항을 거듭하는 가운데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날 선 설전을 벌였다.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융커 위원장은 이날 독일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기자들과 만나 “치프라스 총리가 최소한의 규칙도 지키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치프라스 총리가 지난 3일 회동에서 채권단이 제시한 협상안에 대안을 내놓기로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융커 위원장은 “알렉시스 치프라스, 내 친구는 목요일(4일) 저녁까지 두 번째 대안을 제출하기로 약속했으나 (우리는) 아직 받지 않았다”며 “치프라스는 내 친구지만 친구 사이라도 최소한 규칙은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치프라스 총리도 가시 돋친 말을 뱉었다. 그는 지난 5일 의회에 최근 협상 진행 상황을 보고하면서 “채권단의 터무니없는 제안을 수정하지 않거나 채무 재조정을 포함하지 않으면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재무장관도 이날 그리스 일간 프로토테마와 인터뷰에서 “채권단의 제안은 모욕의 경계선에 있다”며 “그리스 정부를 겁주려는 공격적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융커 위원장이 회의장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치프라스 총리의 손을 잡고 있다. 치프라스 총리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융커 위원장고 손을 맞잡고 안으로 이동했다.  [사진= 유럽정책뉴스 euractiv 영상 화면 캡처]


치프라스 총리와 융커 위원장은 지난 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나 구제금융 분할금 72억유로(약 8조8000억원) 지원을 위한 조건인 그리스 개혁안 등을 협의했다. 이날 회동에 앞서 그리스는 지난 1일 채권단에 개혁안과 채무 재조정 계획을 담은 47쪽짜리 협상안을 제출했다. 융커 위원장은 지난 3일 연금과 공무원 임금 삭감, 부가가치세 인상 등 긴축을 요구한 5쪽짜리 협상안을 제시했다.

그리스 일간 카티메리니는 “오는 10~11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EU와 중남미국가 정상들이 모이는 회의에서 치프라스 총리가 정치적 타협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했다. 카티메리니는 또 “치프라스 총리가 추가 양보는 없음을 시사했지만 정부 소식통은 부가세 개편과 기초재정수지 목표 등에서는 타협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채권단이 압박하는 연금과 노동관계 등의 부문에서 그리스가 타협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고 카티메리니는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