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환자 발생지역 군부대 외출·외박 금지…군, 격리한 장병 90명 육박

2015-06-04 17:14
환자 발생지역 부대 면회·입영행사도 금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공포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군(軍)에서 처음으로 메르스 양성판정을 받은 환자가 나타나 군 부대에도 외출과 외박을 금지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사진= 남궁진웅 기자]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공포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군(軍)에서 처음으로 메르스 양성판정을 받은 환자가 나타나 군 부대에도 외출과 외박을 금지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우선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지역과 그 인근 지역에 있는 군부대는 장병의 외출·외박·입영행사가 금지되고, 환자 발생지역에 거주한 부모도 당분간 자식을 면회할 수 없게 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4일 "메르스가 병영시설에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장병들의 외박, 외출, 면회, 입영행사 등을 부분통제하는 지침을 추가로 하달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다만 다른 지역의 군부대는 정상적으로 시행하되 상황에 따라 각 군 판단에 의해 추가 조치를 하도록 했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지역에 거주하는 장병도 당분간 거주지로 휴가를 갈 수 없도록 했다. 해당 부대 지휘관은 부모에게 이런 사정을 알리고 협조를 당부하도록 국방부는 지시했다.

그러나 경조사에 따른 청원휴가는 정상적으로 시행토록 했다.

또 메르스 환자 발생지역에 거주하는 부모들은 자식 면회를 통제하도록 했다. 각 중·소대별로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활용해 면회 통제 사실을 알리고, 부대는 면회가 예정된 장병의 부모들에게도 유선 전화로 협조를 당부하도록 했다.

현재 군이 메르스 감염을 막기 위해 격리 조치한 장병이 90명에 가까운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현재 군에서 메르스로 인해 격리된 인원은 모두 91명"이라며 "이 가운데 민간인 2명을 뺀 89명이 군 장병"이라고 밝혔다.

이들 군 장병 가운데 오산공군기지 소속 A 원사가 메르스 1차 양성 판정을 받은 것과 관련해 격리된 인원은 74명(A 원사 제외)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A 원사는 지난 5월 14∼27일 아킬레스 건 파열로 경기도 모 병원에 입원했으며 입원 기간 바로 윗층에서 메르스 환자가 치료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은 A 원사에게 '자가 격리'를 권고했으며 A 원사는 자택에 머무르다가 지난 2일 군 병원에 입원해 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았다.

A 원사의 경기도 모 병원 입원 당시 그를 면회한 장병 6명과 A 원사를 군 병원으로 이송한 장병 2명도 군 병원에 격리됐다.

A 원사와 관련해 격리 조치를 받은 74명 가운데 이들 8명을 제외한 66명은 모두 A 원사와 직접 접촉하지는 않은 인원으로, 간부 41명은 자택에서, 병사 25명은 생활관에서 격리 중이다.

이들은 대부분 메르스 의심 증상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고 국방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A 원사가 경기도 모 병원에서 퇴원한 뒤에도 부대로 복귀하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 접촉한 사람은 소수"라며 "선제적인 예방 차원에서 많은 장병을 격리 조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A 원사의 메르스 감염 여부에 관한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의 확진 결과는 조만간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A 원사가 메르스 감염자로 확정될 경우 그와 직접 접촉한 장병 6명도 메르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격리 조치로 공군 방공관제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데 아직 나머지 인원으로 원활히 운용 중이며 필요할 경우 대구공군기지 인원을 투입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주한미군도 미군 장병의 메르스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미군기지 출입 감시를 강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고 이날 밝혔다.

주한 미 7공군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리(미군) 병원은 오산공군기지로 들어오는 인원들에 대한 검사(screening)를 포함한 미군 보호 대책을 수립했다"고 공지했다.

이어 "우리는 한국측의 (메르스 방역 관련) 계획과 진전 상황을 파악하고자 한국의 의료, 공중보건 관리들과도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산공군기자와 인접한 K-55(오산에어베이스) 미군기지는 영내 전용 방송(커뮤니티 채널) 자막을 통해 실시간으로 메르스 현황을 부대원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또 사령관 지침을 통해 메르스 예방 수칙을 준수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K-55 미군기지 관계자는 "우리 기지는 대학병원 등 몇몇 대형병원과 계약을 맺고 환자를 보내고 있다"며 "메르스 환자들이 거쳐 간 병원을 이용한 부대원은 없고 아직 메르스 격리자는 발생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제는 영외거주자들인데 다행히 메르스 환자 밀접접촉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관리에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6(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도 사령관에게 보고되는 메르스 현황을 전 부대원들이 이메일을 통해 공유하고 있다.

군 당국은 이미 8일부터 12일까지 경기도 오산기지에서 실시 예정이었던 예비군 동원훈련도 잠정 연기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