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제조업 르네상스, 인센티브 ‘업’, 세금 ‘다운’, 규제 ‘아웃’ 돼야”
2015-06-04 11:00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제조업 르네상스 정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늘리고 세금은 줄이며 규제는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미국, 독일, 일본, 타이완 등 해외 주요국의 성장활력 제고를 위한 제조업 르네상스 정책 사례를 분석해 최근 성장이 둔화된 국내 제조업 활성화를 위한 시사점으로 △기업 신규투자에 현금지원 등 인센티브 제공 △기업 투자유치를 위한 법인세 등 세금인하, △기업이 필요한 핵심분야에 대한 규제개혁 등을 제시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미국 오바마 정부는 제조업 르네상스 정책의 일환으로 국가 역점산업인 자동차 관련 기업에 투자금액의 40~50%에 달하는 지원을 시행한 바 있다. LG화학의 경우 미국 미시건주에 친환경 자동차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면서 총 3억 달러를 투자했고, 1억5000만 달러에 이르는 현금지원 및 세제혜택을 받았다. 도요타도 2015년 켄터키주로부터 미국 내 생산시설을 확대하면서 3억6000만 달러 투자에 1억4650억 달러의 현금지원이 포함된 세제혜택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롤스로이스도 버지니아주 소재 공장을 추가 확장하면서 1억7000만 달러를 초기 투자해 6600만 달러의 현금지원을 받았다.
일본 이와테현, 효고현의 경우 공장설비 보조금 상한액이 무제한이며, 오사카, 와카야마도 100억엔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적극적 투자 지원을 시행해 샤프 등 대기업을 유치했다.
타이완도 국내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는 기업에 국적이나 기업규모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투자액의 5~20% 상당금액을 법인세 납부액에서 공제할 수 있게 하고, 혁신적인 연구·개발(R&D) 활동에 대해 파격적인 보조금을 지급한다. 2011년 일본계 전자제품 기업인 타이완 TDK는 R&D센터를 설립하면서 9570만 대만달러(한화 3450억원)를 보조 받기도 하였다.
한국이 투자 지원조건과 금액을 법으로 명시해 인센티브가 경직적인데 반해, 독일의 경우 정부와 지자체가 기업과의 일대일 협상을 통해 유동적으로 지원범위를 조정하고 있다.
고급 스포츠카 전문 제조 기업인 포르쉐가 2011년 공장 증설에 5억 2100만 유로를 신규투자 하면서 협상을 통해 주정부로부터 4300만 유로 현금보조금을 제공받았다. 이러한 유동적인 투자지원은 기업 맞춤형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 기술혁신 등 경제적 기여도를 고려하여 지원할 수 있어 정부의 투자지원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전경련은 한국이 법인세 인상 논란이 불거진 데 반해, 주요국은 경기 활성화와 기업 투자 확대를 위해 법인세 인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 독일, 타이완 등 주요 제조업 국가는 금융위기 이후 대폭으로 법인세를 인하했으며, 미국도 현재 법인세 인하를 위한 법안이 제출된 상황이다. 일본의 경우 30%에서 25.5%로 인하된 법인세를 2016년까지 3.29%p까지 추가적으로 인하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독일은 지난 10년간 국가 법인세를 10%p, 20년간 30%p 인하했으며, 타이완도 2000년 이후 8%p 법인세를 인하했다.
법인세 뿐만 아니라, 경기활성화를 위해 주요국들은 상속세 및 관세, R&D세제 등의 인하도 추진했다.
미국은 2011년부터 상속세를 50%에서 35%로 인하하고 수입 원자재에 부과하는 관세를 감축·폐지해 국내 생산을 유도하는 등 전반적인 세금인하를 시행했다. 일본도 2014년 세제개정에서 신규 설비 투자를 위한 기계 구입 시 15%, 건물 취득 시 8%의 세액공제를 명시했다. 타이완은 국내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는 기업에 대해 영리사업자 소득세 세율을 17%까지 인하하고, 혁신적인 R&D 활동에 15% 세금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주요국들은 기업유치를 위해 세금인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주요국은 제조업 활성화를 위해 기업이 필요한 핵심분야에 대한 규제개혁을 단행하고 있다.
일본은 개별기업이 정부에 규제특례를 요청하면 검토를 거쳐 이를 허용하는 ‘기업실증특례’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분야에 대한 ‘맞춤형 규제개혁’인 셈이다. 또한 1년으로 제한된 근로자 파견기간을 3년으로 연장했고, 고용제도·기업지배구조 등 비즈니스 환경에 직결되는 규제 및 제도에 대해 세계 최고 수준과 일본의 시스템을 비교해 개혁과제를 선정하는 국제첨단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재생의료 의약품 임상실험 심사기간 단축, 드론 항공범위 고도 상한 규제 폐지, 공공 도로 자동 운전 시스템 실험 허용 등 첨단산업 관련 규제도 완화했다.
독일은 과도한 노동규제를 철폐해 노동비용을 감소시켰다. 슈뢰더 총리의 노동시장 개혁정책인 ‘아젠다 2010’을 메르켈 총리 정권에서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비정규직 규제 완화, 해고절차 간소화, 실업급여 기간 단축 등 노동규제 완화 정책을 시행했다.
타이완도 외국인 노동자 유입제한을 35%에서 40%로 완화했으며, 체류기간 상한도 8년에서 12년으로 연장하는 등 친기업 환경 조성을 위한 핵심규제 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주요국의 적극적인 제조업 활성화 정책은 투자 확대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경영 전략 컨설팅사 A.T.커니는 2010년부터 5년간 미국으로 기업 및 공장을 이전한 사례가 약 700여건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GE, 보잉, 오티스, GM 등 주요기업들이 미국 내로 생산시설을 이전하거나 확충했다.
일본의 경우 혼다, 파나소닉, 소니 등이 국내 투자를 확대했다. 2008~2011년까지 감소하던 설비투자도 2012년 증가세로 돌아섰고, 2014년 설비투자 증가율은 전년대비 15.1%에 달한다.
독일은 지속적인 제조업 활성화 정책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부가가치 비중이 20.0%로 유럽연합(EU) 주요국(프랑스 8.9%, 이탈리아 14.0%, 영국 12.2%, 2014년 기준) 중 가장 높으며, 2013년 기준 자동차, 전자기계, 특화기계 등 첨단제조업 분야에서 세계 1위의 수출비중을 보이고 있다.
타이완은 국내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는 기업의 투자액이 매년 증가해 2007년 141억 위안에서 2012년 500억 위안에 이르고 있다. 디스플레이 제조기업 폭스콘은 타이완 카오슝 산업단지에 2013년 소프트웨어 개발 엔지니어 3000명을 모집하고 2년간 800억 대만달러 투자를 발표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제조업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산업 전반의 기술혁신과 경제성장에 기여한다”면서 “우리나라도 유턴 기업 지원정책이나 제조업 3.0 등 다양한 정책이 있지만,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좀 더 과감하고 실제 기업들이 원하는 맞춤형 지원정책을 통해 기업투자를 이끌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