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쌍용차 ‘티볼리’로 이탈리아 ‘티볼리’를 달리다
2015-06-02 09:29
아주경제 (이탈리아 로마)임의택 기자 =올해 쌍용차를 먹여 살리는 효자는 ‘티볼리’다. 다른 차종의 판매가 줄었지만 티볼리가 가세한 덕에 전체 판매는 늘었다.
그만큼 쌍용차에게는 고마운 존재인데, 주력 수출시장인 유럽에서는 어떤 반응을 얻을지가 궁금했다. 쌍용차 측에서는 이런 궁금증을 해결해줄 티볼리 글로벌 시승회에 기자를 초대했다.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 25개국 100명의 기자가 참가하는 대규모 시승회다.
티볼리 글로벌 시승회는 이탈리아 로마 힐튼호텔에서 출발해 유적지 티볼리를 다녀오는 일정으로 짜여졌다. 참가한 한국 기자 중에는 유일하게 수동 모델이 배정됐다. 한국 시승회에서는 타보지 못했던 모델이기에 흥미로웠고, 이탈리아 도로와의 궁합도 궁금했다.
변속기는 현대 다이모스 제품. 적당한 클러치 유격과 부드러운 변속 능력이 돋보였다. 기어 스트로크를 조금 짧게 설계하면 더 스포티한 느낌이 날 듯하다.
가속능력은 확실히 자동변속기보다 낫다. 각 기어단수에 적절한 엔진회전수(rpm)를 운전자가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자동변속기의 굼뜬 느낌은 거의 없다. 국내 시승회에서는 가속력에서 낮은 점수를 얻었지만, 수동변속기라면 평가가 완전히 달라진다.
시승코스는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기에 좋았지만, 곰보처럼 파인 이탈리아 도로는 실망스러웠다. 이 때문에 티볼리의 승차감은 국내에서보다 더 딱딱하게 느껴졌다. 대신 굽이치는 와인딩 로드에서 티볼리의 접지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경쟁차로 꼽히는 쉐보레 트랙스, 르노삼성 QM3 등에 비해 월등했고, 운전재미는 닛산 쥬크와 맞먹었다.
한 가지 색다른 점은 내수용 모델의 경우 수동 모델에서 고를 수 있는 옵션이 운전석 무릎 에어백 밖에 없는 반면, 유럽 수출용은 다소 폭이 넓어보였다. 단적인 예로, 시승차에 장착된 18인치 타이어의 경우 내수용 수동 모델에서는 선택이 불가능하다. 국내에서 수동 모델을 구입한다면 205/60R16 타이어만 장착되고, 그 이상 크기는 개별적으로 인치업을 해야 한다.
이 정도면 성공적인 초반 분위기인데, 쌍용차로서는 환율이 아쉽다. 1350원으로 잡았던 유로화 환율이 1200원대여서 당초 기대했던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볼리는 쌍용차에게 보배 같은 존재다. 모노코크 구조의 소형 SUV가 가세하면서 유럽 수출에 청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이 차 플랫폼을 바탕으로 서울모터쇼에 선보였던 XAV를 양산해 미국에 진출시킬 예정이다. 티볼리로 반전을 이룬 쌍용차가 미국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