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발주 연기에 기존 공사계약 해지까지...해외건설 악재 '설상가상'

2015-06-01 17:26
해외건설 70%가 메르스 발병지인 중동에 몰려...건설사 대책 마련 골머리

[이미지=아이클릭아트]


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저유가 장기화로 중동 지역 대형 발주가 줄줄이 연기되는데 이어 이미 계약을 맺은 프로젝트의 취소 사태까지 잇따르면서 해외건설 업계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저유가로 수익성이 악회된 발주처가 시공비 조정을 요구하면서 계약이 틀어지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업계에선 발주 물량 감소로 국내 업체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경우 과거 저가 수주로 인한 폐해가 재연될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메르스 악재까지 겹치면서 이 병의 진원지인 중동지역에 현장을 둔 건설업체들은 더욱 골머리를 앓고 있다. 

1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중동지역 수주액은 68억23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246억3800만 달러)의 4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내 해외건설의 텃밭인 중동시장이 흔들리면서 해외건설 총 수주액도 지난달 25일 기준 231억3426만 달러로 전년 동기(311억1993만 달러)보다 25.7% 줄었다.

이 가운데 어렵게 수주한 해외건설 공사 일부는 첫 삽을 떠보지도 못하고 계약이 해지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GS건설은 최근 카자흐스탄 석유회사인 KLPE LLP와 맺은 1조5000억원 규모의 석유화학 플래트 공사 계약을 해지했다. 이 프로젝트의 총 사업비는 4조1152억원이며 GS건설의 몫은 37%(1조5273억원)에 이른다.

계약 해지는 발주처와 GS건설이 포함된 시공 컨소시엄간에 공사비에 대한 최종 합의가 실패한 데 따른 것이다. GS건설 관계자는 "계약 후 원가공개(OBE) 기간 동안 시공비를 합의할 수 있고 최종 합의가 안될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고 말했다. 

GS건설은 2013년 카스피해 인근 까라바딴, 텡기즈 지역에 연간 40만톤 규모의 폴리에틸렌을 생산하는 석유 화학 플랜트 2기를 건설하는 이번 공사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지난 3월에는 대우건설이 5602억원 규모의 이라크 주바이르 유전 관련 공사의 발주처로부터 계약 해지를 통보 받았다. 이 금액은 최근 매출액의 6.38%에 상당하며 해지 사유는 사업성 변화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건설 현장이 속한 지역의 정세 불안 등으로 공기가 지연되면서 공사비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12월엔 포스코ICT가 리비아 정치 불안 등으로 1413억원 규모의 리비아 토브룩시 소재 하도급공사 계약 종료일이 연장됐다고 공시했다. 당초 계약기간 종료일은 착공일로부터 44개월인 지난해 말까지였지만 정세 불안으로 지연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국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가 20여명으로 늘어나면서 건설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우리나라 해외 건설공사의 70% 이상이 메르스 발병 근원지인 중동지역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은 각 공사현장에 예방수칙 등을 전달해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메르스 감염에 대한 공포감은 해외건설 수주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저유가로 발주 물량이 대폭 감소한 데다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해 중동시장 사업 확장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데 무게를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중동지역은 수주 경쟁이 워낙 치열해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도 공사를 원하는 업체들이 많다"며 "중동 발주처들도 이 같은 상황을 모르지 않아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저가 수주 경쟁을 벌인 것과는 별개로 발주 단가가 하향 조정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