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30년만에 천배 오른 중국 결혼비용

2015-06-01 12:35
베이징 평균 결혼비용 5억5천만원, 집없으면 결혼안한다는 여성 72%
돈 없으면 결혼못해 푸념나와, 훈부치 뤄훈 등 씁쓸한 신조어도

중국의 결혼식.[사진=신화통신]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310만위안, 한국돈으로 치면 5억5000만원가량이다. 이는 최근 중국의 한 네티즌이 추산해 화제가 됐던 베이징시의 지난해 평균 결혼비용이다. 계산법은 이렇다. 지난해 베이징시의 80㎡ 평균주택구입비용인 288만위안에, 신혼집 인테리어와 가구비용 15만위안, 결혼식 비용 5만위안, 해외 신혼여행비용 2만위안을 더했다.

중국의 결혼식은 한국의 결혼식과 피로연이 합쳐진 형태로, 고급 식당이나 호텔에서 몇 시간에 걸쳐 흥겨운 파티처럼 진행된다. 주례는 없다. 대신 결혼식 전문 사회자 혹은 신랑의 친구가 예식을 진행한다. 부모님들이나 은사님, 친구들의 축사가 이어지고, 가볍거나 경우에 따라 ‘짖궂은’ 게임을 하기도 한다. 신부는 보통 웨딩드레스, 치파오(旗袍), 이브닝드레스 등 최소 3벌의 예복을 갈아입는다. 이 과정에 테이블에는 푸짐한 코스 요리가 계속 올라온다. 이같은 식사비와 예복대여비용 등이 결혼식비용이다.

베이징에서는 혼례식장 예약이 쉽지 않고, 한 테이블당 최저 2000위안으로 비용이 만만치 않다. 스모그에 질린 탓에 공기가 좋은 동남아나 남태평양으로 신혼여행을 가는 경우가 많다. 신랑과 신부가 서로가 서로의 집안에게 보내는 선물 가격을 추가하면 결혼비용은 더욱 비싸진다. 베이징에서 태어나고 자란 시민들은 선물을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베이징에 사는 외지인들은 혼례선물을 해야 한다. 특히 허베이(河北)성 출신 여성이 신부라면 신랑측은 2만위안 가량의 비용을 더 준비해야 한다.

◆대도시 결혼비용 5억 훌쩍넘어

중국 최대의 국제도시인 상하이의 신혼부부들은 그리스, 프랑스 등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떠난다. 결혼식비용을 줄이더라도 신혼여행에 돈을 더 지출한다. 상하이의 경우 신랑측이 신부측에 선물을 해야한다. 결혼비용은 주택(240만위안), 인테리어(13만위안), 예식비용(2만5000위안), 선물비(1만위안)을 더해 260만 5000위안이다.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시의 경우에는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시민의 대부분이다. 때문에 지역 특색음식이 적어 반드시 주문해야 할 음식도 적은만큼 결혼식 비용이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고급스런 선물을 중시한다. 선전시의 평균 결혼비용은 주택비(240만위안), 인테리어비(10만위안), 예식비(3만위안), 신혼여행(1만5000위안), 선물비(3만위안)을 더한 257만5000위안이다.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시의 경우는 전통음식을 중요시 여겨 결혼비용이 비싸고, 차(茶)문화가 발달돼 있어서 최상품의 차 혹은 고가의 다기를 선물로 해야하는 만큼 선물비용이 비싸다. 신혼여행은 주로 일본, 한국, 동남아로 간다. 평균결혼비용은 주택(200만위안), 인테리어(10만위안), 예식비용(4만위안), 신혼여행(1만5000위안), 선물비(5만위안)으로 220만5000위안이다.

중국 결혼축의금 얼마나 내나

◆”집없는 남자와 결혼 안해” 무려 72%

이는 어디까지나 결혼비용의 평균치다. 베이징의 평균 결혼비용이 310만위안이더라도 이보다 훨씬 더 화려한 결혼식도 존재하며, 초라한 결혼식도 존재한다. 지난해 11월 베이징 인근 탕산(唐山)시에서는 빨간색 페라리와 30대의 롤스로이스, 호화 오토바이 등이 열을 지어 시내 도로를 질주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 카퍼레이드에 동원된 외제차들의 합산가격은 2억위안(한화 약 360억원)에 달했다. 이 카퍼레이드는 한 부자의 결혼식 축하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중국에서 부호들의 결혼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결혼식 비용분담은 천차만별이다. 신랑신부 양측이 절반씩 부담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신랑측에서 더 많이 지불하거나, 전액을 낸다. 결혼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구매비용은 대부분 신랑측에서 부담한다. 신랑이 주택비용을 내면 신부가 인테리어비용을 낸다는지, 혹은 자가용을 구매하는 식으로 분담한다.

최근 중국의 저명 결혼정보 사이트가 발표한 '중국인의 연애와 결혼상황 조사 보고'에 따르면 여성 응답자의 72%는 '남성이 주택을 갖고 있어야 결혼을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 조사는 중국 전역의 남녀 7만3215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이 중 200명에 대해서는 심층 면접이 진행됐다. 상당한 신뢰도를 지닌 조사였고, 무려 72%의 여성들이 집없는 남자와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답해 충격을 줬다. 반면 미혼 남성들은 배우자 선택 조건으로 외모, 건강, 정서적 친밀감 등을 꼽았다.
 

결혼증명서를 들어보이고 있는 중국의 신혼부부들.[사진=신화통신]



◆'훈부치' '뤄훈' 신조어 탄생

중국인 결혼 비용은 30년 사이 무려 1000배가 늘었다고 한다. 정확한 통계치는 없으나 중국의 부모들은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각 언론매체들은 이를 정설로 받아들이고 보도하고 있다. 중국 인력자원사회보장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도 베이징시 직장인의 평균연봉은 17만7000위안(한화 약 3100만원)이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2014년 직장인 임금수준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들의 평균연봉은 4만9969위안(한화 약 890만원)이었다. 이정도 연봉으로는 사회초년병들인 신랑 신부의 힘만으로 결혼을 해내기가 버겁다. 때문에 약 90%의 1980년대, 1990년대 출생자들은 부모님의 도움으로 혼례를 치른다. 중국의 부모님들은 본인들이 화려한 결혼식을 못했던 아쉬움에, 그리고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때문에, 자녀들의 결혼에 아낌없이 돈을 쓴다.

돈이 없는 집에서는 체면을 위해 빚을 내 결혼식을 진행하기도 한다. 비용절감을 위해 집에서 결혼을 하거나, 결혼식을 아예 치르지 않는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비용부담으로 인한 갈등에 결혼에 골인하지 못한채 헤어지는 연인들도 많다. ‘훈부치(婚不起)’라는 신조어가 있다. 결혼비용이 너무 비싸 결혼할 수 없다는 뜻이다.

또한 결혼 관련 행사를 일절 포기한 채, 달랑 서류상 혼인신고만 하고 부부가 되는 ‘뤄훈’(裸婚, 벌거벗은 결혼)’이라는 신조어도 있다. 결혼 필수조건으로 여겨지는 신혼집, 차, 예금통장, 결혼식·예물, 신혼여행을 생략하고 빨간색 표지의 결혼증명서만 준비한 채 부부가 되는 것이다. 이마저도 못해, 현실적으로는 독신으로 머무는 사람도 많다. 중국 젊은이들 입에서 “돈이 없으면 결혼은 커녕 사랑도 못하는 시대다”라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