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공무원연금개혁안 타결에도 '부글부글'
2015-05-29 08:21
아주경제 주진 기자 =청와대는 29일 여야가 박근혜 정부의 1호 개혁과제인 공무원연금개혁안 처리에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분위기는 다소 가라앉아있다.
청와대는 전날부터 협상 주체인 여야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삼갔고, 이병기 비서실장을 비롯해 주요 수석들과 실무 관계자들은 이날 새벽까지 사무실에 남아 여야의 협상 과정을 끝까지 지켜봤다.
그러나 공무원연금개혁안과 함께 청와대가 수용하기 껄끄러운 각종 합의사항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당혹감과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특히 청와대는 여야가 '정부 시행령을 수정·변경할 수 있는 권한'을 국회에 부여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키로 한데 대해선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국회법 개정안은 대통령령을 비롯해 총리령·부령 등 각종 행정입법을 제약할 수 있고, 이는 행정부의 권한을 축소하는 효과를 낳기 때문이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성화, 노동개혁, 규제개혁 등 각종 개혁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여야간 이견으로 장기간 발이 묶인 상황에서 정부 시행령은 최소한 정책효과를 낼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무엇보다 '국회가 수정, 변경을 요구하면 해당 행정기관을 이를 지체없이 처리하도록 한다'는 조항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아울러 야당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요구를 강력히 비판해온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해 '공적연금 불신 초래'라는 사유로 공개 유감 표명을 하도록 한데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불만 기류도 감지됐다.
이는 '세금폭탄론'까지 거론하며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연계를 반대한 박 대통령에 대해 앞으로 국회 논의에 개입하지 말라는 우회적인 의미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가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청와대 일각에서는 국민연금 논의에 이어 시행령 수정권한 국회부여 등을 합의해준 새누리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 기류도 감지됐다.
청와대는 공무원연금개혁안 통과 이후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지만, 이날 오전 중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