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 인상시 신흥국, ‘긴축발작’ 적신호…한국은 간접 영향
2015-05-27 14:50
2013년에 이어 2차 긴축발작 재발 우려…터키·페루·남아공 등 ‘위험’ 수준
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조짐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신흥국 내 ‘긴축발작(taper tantrum)’ 경보음이 높아지고 있다.
시장 컨설팅 업체 PWC등 국제금융시장 전문가들은 27일 터키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와 외채 문제를 안고 있는 신흥국들에게 연준의 긴축 정책은 2차 ‘긴축발작(taper tantrum)’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달러화 가치가 절상돼 신흥국 금융시장에서 천문학적 규모의 해외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게 된다. 이 같은 ‘긴축발작’이 일어나면 신흥국의 경제는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큰 충격에 빠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달러채를 대규모로 발행해 가장 취약도가 높은 국가로는 터키와 페루, 콜롬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꼽혔다. 말레이시아와 브라질, 멕시코 등은 ‘중간(medium)’ 수준의 취약성을 보이는 것으로 평가됐다. 브라질과 인도네시아는 계속 주시해야할 대상이라고 PWC는 설명했다.
한국은 직접적인 영향권에서는 벗어날 전망이다. 최근 경상수지 흑자와 외환보유액 및 총외채 대비 단기외채 비중이 감소한 덕분이다.
실제로 전날 외환시장에서는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연내 금리인상 발언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원 넘게 급등하는 불안 증세가 나타냈다. 또 한국 수출에서 아세안국가와 남미·중동 국가는 각각 15%, 13%의 적지않은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긴축발작은 지난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채권매입 프로그램 규모 축소를 시사하면서 신흥국 통화가치와 증시가 급락한 현상을 말한다.
당시 ‘취약 5개국’으로 불렸던 인도, 터키, 브라질, 인도네시아, 남아공의 경우 버냉키 전 의장 발언이 있었던 5월부터 그 해 연말까지 수십억달러 규모의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달러화 대비 통화가치가 최고 30% 가까이 떨어지는 등의 위기를 겪었다.
1차 긴축발작 이후 2년이 지났지만 일부 국가는 여전히 당시 만큼의 취약성을 갖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5대 취약통화(Fragile 5)’으로 꼽힌 터키와 남아공, 브라질 등은 현재까지도 지속적인 경제난을 겪고 있다.
앞서 지난 13일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준 의장도 미국의 금리 인상 조짐에 대해 “통화 정책 정상화는 훌륭한 일이지만 금리 인상 과정은 매우 험난 할 것”이라며 “우리는 또 한번의 ‘긴축 발작’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연준은 2008년 12월 이후 단기 정책금리를 0~0.25% 수준인 사실상 제로(0) 금리 기조를 유지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