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열 칼럼]연대 국가 스웨덴, 우리가 배워야 할 점

2015-05-20 11:15
김동열(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


고대 출신이 들으면 싫겠지만, 스웨덴은 연대 국가다. 연대(solidarity)가 강한 나라다. 여기서 ‘연대’(solidarity)란 ‘너와 함께’(with you)라는 뜻이며 ▲남자와 여자 ▲아이와 어른 ▲장애인과 비장애인 ▲대기업 근로자와 중소기업 근로자 ▲정규직 근로자와 비정규직 근로자 ▲내국인과 외국인이 정당한 사유없이 차별 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1951년 스웨덴 노총(LO)소속 경제학자 렌(Rehn)과 마이드너(Meidner)가 제안한 ‘연대임금’(solidarity wage) 이 스웨덴의 강한 사회적 연대를 상징하고 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이 원칙은 대기업의 과도한 임금인상을 억제해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저임금으로 버티는 중소규모의 부실기업에 대해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었다.

대기업 노동자는 상당 부분 임금이 깎이는 걸 감수해야 했지만, 인건비를 절감하게 된 수출 대기업을 중심으로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고, 특히 여성 노동자의 임금 인상에 크게 기여했다.

스웨덴 모델의 또 다른 기둥은 ‘합의’다. 여당과 야당이 선의의 경쟁을 하고 다투기도 하지만 국민과 나라의 발전을 위해 토론하고 합의한다. 사용자와 노동자 역시 극단적으로 투쟁하지 않고 경제적 파이를 더 키우기 위해 타협하고 합의한다.

1938년 12월 스웨덴 노총 LO와 사용자단체 SAF가 체결한 ‘살트 셰바덴협약’이 대표적인 노사정 대타협이다. 노조가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하는 대신 임금협상을 개별기업 단위가 아니라 중앙조직(LO)으로 단일화했다. 사용자단체는 고용의 창출과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합의였다. 스웨덴을 복지국가로 만든 밑바탕에는 이처럼 오래된 사회적 ‘연대’와 ‘합의’의 전통이 자리잡고 있다.

이런 스웨덴을 세계인들이 부러워하고 있다. 20세기 초까지 가난했던 스웨덴을 떠난 이민자가 당시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50만 명에 달했으나, 1985년 이후 60만 명이 스웨덴으로 이민을 왔다.

이 같은 ‘스웨덴 드림’은 ‘스웨덴 패러독스’에서 출발한다.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역설(패러독스)이 현실인 나라 스웨덴으로 이민자들이 몰려드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대학이 무료라서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있는 나라, 실업급여와 직업훈련 덕택에 쉽게 재기할 수 있는 나라, 아이를 낳으면 나라 전체가 키워주는 나라, 소득의 50%가량을 세금으로 내는 나라, 복지를 위한 세금 인상에 70% 이상이 찬성하는 나라, 그렇지만 세계 5위의 높은 국가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

세월이 흐르고 환경이 변해 스웨덴 모델도 진화를 거듭했지만, 여전히 ‘스웨덴 패러독스’가 가능한 이유는 뭘까? 먼저 스웨덴 경제의 강한 기초체력이다. 자동차, 항공, 화학, 디자인, 통신 등 첨단산업에서 높은 경쟁력과 안정적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둘째 높은 출산율과 고용률이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여 합계출산율이 1.9에 달하며, 75%에 달하는 높은 고용률 역시 스웨덴의 경제 활력 유지에 기여하고 있다.

셋째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세제와 규제다. 낮고 단일한 법인세율로 인해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법인관련 세수의 비중이 낮은 편이며, 기업경영에 대한 규제는 선진국 중 가장 약한 편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높은 투명성과 정부에 대한 믿음이다. 청렴도와 사회자본의 순위를 보면 스웨덴은 세계 5위 이내에 속한다. 이를 통해 ‘내가 낸 세금이 나의 복지 혜택으로 돌아온다’는 믿음을 국민들에게 심어줬으며, 이것이 국민들의 조세 저항을 낮추고 있다.

우리도 스웨덴처럼 공동체를 되살리고, 사회적 연대와 합의의 전통을 만들어야 한다. 기술개발과 혁신을 위한 투자, 기업친화적 세제와 규제 개혁으로 경제의 기초체력을 강화해야 한다. 투명한 행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조세 저항을 낮춰야 한다. 이를 통해 복지와 재정, 그리고 경제성장이 선순환하는 ‘코리안 패러독스’를 우리도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