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제4이동통신 논란 ② 토사구팽 당하는 알뜰폰 “지금도 힘든데 또 들어와?”

2015-05-18 17:50

[▲자료: 미래창조과학부, 단위: 만명]
 

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 미래창조과학부가 제4이동통신사 설립을 강행하면서 알뜰폰(이통통신재판매 사업자·MVNO)사업자들의 회의적인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제4이통사 추진 목적이 '가계통신비 인하'라는 알뜰폰 설립 목적과 겹침에도 불구하고 굳이 제4이통을 추진하고자 하는 정부의 정확한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지원만 믿고 알뜰폰 사업자는 적자를 무릅쓰고 정책 목표에 손발을 맞춰 왔는데, 알뜰폰 업계가 직면한 문제는 외면한 채 정부가 제4이통 추진에만 몰두하고 있어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18일 미래부에 따르면 이동통신 시장의 포화 상태에도 불구하고 알뜰폰 사업자는 연평균 90%에 달하는 높은 증가세로 지난 4월 21일 기준 가입자 수 500만을 돌파했다.

미래부 출범(2013년 3월 말) 당시 155만명에 불과하던 알뜰폰 가입자는 월평균 13만8000여 명씩 증가해 약 2년 만에 3.2배 증가한 504만명까지 증가했다. 이같은 추세라면 알뜰폰 가입자가 조만간 100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기간 전체 이동통신 시장에서 알뜰폰이 차지하는 비중도 2.88%에서 8.79%로 급증, 이통 3사와 경쟁할 수 있는 주체로 성장했다.

알뜰폰 사업은 정부의 정책 지원과 기존 이통사의 요금제보다 최대 40%가량 저렴한 요금제를 앞세워 시장에 연착륙하기 시작했다. 현재 후불 요금제 가입자는 미래부 출범 이후 332% 성장했고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 가입자도 11%를 넘어섰다.

이를 통해 알뜰폰 사업자는 1조5655억원에 달하는 가계 통신비 인하(이통 3사 평균 가입자당 매출액 3만6404원·알뜰폰 사업자 후불 가입자 평균 매출액 1만5721원)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알뜰폰 고객 요구에 부합하는 다양한 요금제 개발과 마케팅 활동, 시스템 및 인프라 투자 확대로 알뜰폰 사업자 전체 영업 적자는 매년 그 폭이 커져 현재 2400억원(2011년 –46억원, 2012년 –562억원, 2013년 –908억원, 2014년 –965억원)을 넘어섰다.

특히나 오는 9월 만료 예정인 전파사용료 감면도 연장 가능성은 크나 내년 10월부터는 전파사용료도 내야 한다.

또 알뜰폰 시장 성장세도 500만명을 기점으로 주춤한 모습을 보이면서 정체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알뜰폰 점유율 10~15% 선에서는 정체현상을 보인다. 일본의 사례만 봐도 알뜰폰 가입자는 2009년 250만에서 2013년 1375만명으로 연평균 50% 이상의 성장세를 보였으나, 10%의 시장 점유율을 넘어선 뒤로는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이통 3사에 대한 독과점 견제와 통신비 인하 유도를 위해 알뜰폰 시장을 지원해왔고 알뜰폰 사업자는 정부 정책을 믿고 미래가 불확실한 시장에 진입해 적자를 감수하면서 사업을 계속해 왔다"며 "이제 와서 제4이통사를 넘보는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은 알뜰폰 업체들을 토사구팽시키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제4이통이 내세웠던 역할을 알뜰폰이 해주고 있는 상황에서 제4이통의 출현은 비효율적인 투자와 포화된 시장에서 가입자를 뺏기 위한 비이성적인 행태로 통신시장의 합리적 서비스와 성장발전을 저해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4이통 설립 시 안정화까지는 기존 이통사 대비 접속료 특혜, 세제 혜택 등 사업자 간 차별 이슈가 발생한다"며 "제4이통에 쏟아부을 정책적 지원을 그동안 정부 정책을 충실히 수행해 온 알뜰폰 업계 쪽에 지원하고 지속적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