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악의 연대기’ 백운학 감독 “12년 공백기, 가장 걱정은 관객들 반응”
2015-05-13 10:16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대홍기획 프로듀서로서 TV CF를 50여편 이상 기획 제작한 그는 1996년 ‘채널 식스나인’ 조감독으로 영화계로 넘어왔다. 2003년 ‘튜브’의 메가폰을 잡은 후 여러 차례의 영화 연출 소식이 전해졌으나 제작 무산 등의 아픔을 겪었다.
‘악의 연대기’는 백운학 감독의 12년 내공이 쌓인 작품이다. 탄탄한 스토리, 스피드한 전개, 캐릭터 심리에 맞는 카메라 워크까지 웰메이드 추적스릴러의 탄생을 알렸다.
‘악의 연대기’는 특급 승진을 앞둔 최창식(손현주) 반장이 회식 후 의문의 괴한에게 납치를 당하고, 위기를 모면하려던 순간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다. 최반장은 승진을 위해 사건을 은폐하기로 결심하지만, 이튿날 아침 최반장이 죽인 시체가 경찰서 앞 공사장 크레인에 매달린 채 공개되자 자신이 범인인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손현주, 마동석, 박서준, 최다니엘, 정원중 등이 출연한다.
12일 오후 서울 소격동 카페에서 만난 백운학 감독은 “사실 걱정도 많았다”는 말로 컴백 소감의 운을 뗐다.
“오랜만이다 보니 관객들의 반응이 제일 중요한 한 것아요. 기자나 평론가의 평은 생각보다 좋아 걱정이 되지 않는데 관객들의 반응은 흥행 여부와도 관련이 있으니까요. 저에게 연출의 기회를 준 제작사나 투자사를 생각하면 흥행은 보답과도 같으니까요.”
쫀쫀한 스토리는 사실 작은 한 줄짜리 글에서 출발했다.
“잘 나가는 형사가 우발적으로 살인을 하게 되고 그걸 자기가 해결하게 된다면 어떨까? 라는 짧은 글을 주변에 보여줬더니 반응이 괜찮더라고요. 그래서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에 25매 정도로 시나리오를 냈더니 당선이 됐죠. 그렇게 몇 번에 걸쳐 시나리오가 발전하고 완성됐습니다. 사실 앞선 작품들이 이런 저런 상황으로 엎어진 경우가 있었는데, 이번에 쓰는 시나리오는 어떻게든 영화화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관객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투자자가 바라는 시나리오가 어떤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죠. 자꾸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힘들었지만 헛된 시간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백 감독은 스태프들, 배우들과 구체적인 얘기를 많이 나눴다. ‘계획’을 실현 가능한 것으로 바꿔야했기 때문. 그는 권리의 보장이 영화의 퀄리티와 ‘제작비에 대한 보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하며 확산돼야 할 문화라고 역설했다.
주연배우인 손현주는 중앙대 선배이지만 나이로는 백운학 감독이 위다. 기수는 손현주가 높다. 선후배 사이로 만났지만 주연배우와 감독의 입장은 또 다르다. 손현주, 마동석, 박서준, 최다니엘 등 배우들에 대한 얘기로 넘어갔다.
“손현주 선배는 연기를 보는 기쁨이 있는 배우이죠. 기수를 떠나 주연배우와 감독으로서 좋았습니다. 마동석은 정말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대사를 써서 주면 ‘감독님 형사는 이렇게 얘기 안 해요. 이렇게 해요’라면서 대사를 바꿔주는데 꼭 맞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하라고 했죠. 덕분에 대사 정리에 있어 도움을 받았죠. 특히 브리핑하는 장면은 마동석의 힘이 컸습니다.”
남다른 캐릭터인 사건의 숨겨진 인물 김진규를 연기한 최다니엘에 대해서는 “연기가 매우 좋았다. 배역에 맞는 콘셉트를 준비해 의견을 제시하더라고요.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고 연기로 나타났죠.”
백운학 감독은 ‘악의 연대기’의 배역들에 자신을 대입하며 시나리오를 썼다. “에피소드 보다는 그 사람의 감정을 많이 따라갔다”는 그는 “관객들도 그 감정을 따라가길 바랐다. 완전히 악하고 선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그런 것이니까, 그 안헤 복잡한 사연들을 넣었다”고 말했다.
“젊은 감독들도 많은데 저에게 맡겨준 만큼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손익분기점은 넘겼으면 하는 바람이에요(웃음). 차기작은 ‘악의 연대기’ 개봉 이후에 가시화 될 것 같습니다. 얘기 중인 작품들은 있는데 조심스럽게 고민하고 있어요. 사람에게는 불꽃처럼 타는 시기가 있는 것 같은데, 돌이켜보면 저한테는 그 시기가 크게 있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영화 만드는 일로 불태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죠. 잘 될까요?”
14일 이후 백운학 감독은 ‘러브콜’ 때문에 휴대폰에 불이 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