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애의 맛’ 오지호 “연애는 씁쓸, 결혼은 달콤한 맛”

2015-05-11 11:11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아무렇지 않게 망가진다. 배우 오지호에게 큰 키나 훤칠한 외모는 연기에 아무런 ‘방해’도 되지 않는다. “이왕이면 제대로 망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스스럼없이 망가짐을 택한 배우를 더욱 근사하게 만들곤 했다.

최근 영화 ‘연애의 맛’(감독 김아론) 개봉과 더불어 아주경제와 만난 오지호는 그가 연기했던 캐릭터들처럼 완벽해 보이면서도, 언뜻 허점을 가진 친근한 모습이었다.

“아내는 VIP 시사회 때, 가족들이랑 영화를 봤어요. 그냥 ‘재밌네’하고 말더라고요. 일부러 영화 본 날에는 감상을 안 물었어요. 다음 날 ‘의외로 재밌지 않아?’하고 한 번 더 물어봤거든요. 그러니까 ‘응 재밌더라’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냥 더 캐묻지 않았어요. 키스신이나 베드신에 대해서 더 물어볼까 봐요. (웃음)”

솔직하게 “영화에 대한 걱정이 컸”다. “대중들이 영화에 대한 선입견을 가질 것 같아”서 였다. 대놓고 19금 로맨틱 코미디에 남자 산부인과 전문의, 여자 비뇨기과 의사라는 설정은 오지호마저도 망설이게 할 정도로 “너무 센” 콘셉트였다.

“처음에 왕성기 역을 제안받았을 때도 고사했었어요. 물론 이후에 수정을 거쳐서 바뀐 부분들이 있었고, 계속 저에게 제의를 해주시니까. 출연을 결심하게 됐죠. 찍기 전에도, 찍고 나서도 걱정이 많았던 게 사실이에요. 그런데 개봉한 뒤, 주연에서 다들 재밌다고 해줘서 한시름 놨죠.”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연애의 맛’은 이성의 속을 가장 많이 들여다본 산부인과 전문의 성기(오지호)와 비뇨기과 의사 신설(강예원)이 앙숙관계를 넘어 연인으로 발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극 중 오지호는 얼굴이면 얼굴, 학벌이면 학벌 어디 하나 빠지는 게 없지만 발기부전으로 여성들을 피하는 왕성기 역을 맡아 열연했다.

제작발표회며 시사회, 개봉 당일까지 작품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는 오지호가 가장 걱정했던 점은 무엇일까? 그에게 “베드신에 대한 걱정이 커 보인다”고 말을 건네자, 오지호는 순순히 “처음에는 그랬다”며 대답을 시작했다.

“처음 시나리오에는 예원 씨와 베드신이 있었죠. 그게 조금 셌어요. 그런데 제가 생각했을 때 모든 게 이루어진 뒤 벌어지는 베드신이라서 아무 의미가 없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수정을 부탁했죠. 베드신이라고 해도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예전 ‘미인’때처럼 세지 않은 이상 불필요하다는 거죠.”

오지호의 말처럼 ‘연애의 맛’은 강예원과 오지호의 직접적인 베드신이 없다. “19금 로맨틱 코미디라고 홍보를 해서 베드신에 대한 배신감이 있을까 걱정”일 정도다. 하지만 ‘연애의 맛’은 더할 나위 없이 솔직하고 대담한 ‘연애 초보’ 남녀의 모습을 그린다. 베드신 보다는 다소 직접적인 대사들과 장면들로 ‘19금 로맨틱 코미디’라는 구색을 맞춘다. 특히 강예원의 ‘나쁜 손’ 장면은 극 중 어떤 베드신보다 강렬했던 터였다.

“열심히 찍었어요. (웃음) 민망하다거나 그렇진 않았어요. 관객들이 돈을 주고 영화를 볼 텐데 그 정도는 당연히 제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개인적으로는 민망하다기 보다 아쉬운 마음이 커요. 예원 씨와 함께 찍은 ‘나쁜 손’ 신도 그랬지만 제가 알몸으로 ‘1박 2일’을 보는 장면도 많이 신경을 썼었거든요. 극 중 발기부전 약을 바르면서 TV를 보는 장면이 있는데, 신설이 그 모습을 보고 변태라고 오해하거든요. 그때 알몸으로 소파를 뛰어다닐까 그런 생각도 했었어요. 시사회 때 보면서 ‘쿠션 말고 손으로 가릴 걸’ 하고 후회하기도 했고요. 조금 더 확실하게 보여줬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적극적으로, 과감하게 왕성기에게 접근하고자 했지만 “아직까지도 왕성기에 대해 모르겠다”고 한다. 자칫하면 캐릭터에 대해 무책임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 점이 캐릭터와 가까워질 수 있었”다.

“인터뷰에서 캐릭터를 물어보면 대답을 못하겠어요. 왕성기라는 인물을 접근할 때 분만 사고라는 트라우마를 가진 남자라는 것 하나를 가지고 갔거든요. 그런데 다행히도 ‘연애의 맛’은 로맨틱 코미디잖아요. 제가 가진 부분과 캐릭터가 일치하면 쉽게, 쉽게 나올 수 있어요. 연기할 때 편하기도 하고, 유리한 부분이 있을 수 있죠.”

로맨틱 코미디는 오지호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분야였고, 완벽하면서도 허점이 많은 캐릭터는 그가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특기였다.

“제가 봤을 때 점점 더 자연스러워지는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물론 제 안에서 끄집어내는 모습이니 저와 비슷할 수밖에 없어요. 장규직(‘직장의 신’), 장철수(‘환상의 커플’) 모두 비슷한 지점이 있잖아요. 좋게 말하면 승화가 되는 것 같고, 편안하게 여겨지는 것 같아요.”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무리하지 않아서 더 웃겼다. 멀쩡하게,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툭 던지는 대사들은 곱씹을수록 충분한 재미를 더하곤 했다. 하지만 오지호는 ‘코미디’에만 능한 배우가 아니다. 그는 극의 ‘로맨틱’까지 책임지고 있으니까.

“스피커 고백 신을 두고 많은 분들이 오그라든다고 하는데, 그건 착각이에요. 사랑이란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거든요. 석기시대부터 남자들은 여자에게 구애를 해왔단 말이에요. 저는 사랑 표현이나, 방법은 예전과 똑같다고 생각해요. 내 입장이 아니니 민망하지 막상 자기가 받으면 좋아할 거란 말이에요.”

자신만만한 태도에 “아내 분에게도 이벤트를 즐겨하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멋쩍은 듯 “사랑한다는 말도 해본 적이 없다”며 웃는다. 로맨틱 코미디의 한 축을 담당하는 배우가 정작 자신의 아내에게 이벤트도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 의아했다. “아내 분이 섭섭하겠다”며 타박하니 “이번에 한 건 했다”며 해명(?) 했다.

“결혼할 때 프러포즈도 제대로 못해봤죠. 덕분에 어찌나 시달렸는지…. 그래서 최근에 아내를 위한 이벤트를 준비했어요. 말로는 100년 동안 썩지 않는 케이크라는데, 직접 인형의 포즈나 문구까지 생각해서 주문 제작했어요. 거기에 추억이 담긴 사진을 모아서, 프로젝트 빔 쏘고 막 음악도 넣고…. 세상에 오그라드는 말은 다 모아서 선물했죠. (웃음) 아내가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말로는 “뼛속까지 전라도 남자”라서 애정 표현이 어색하다지만, 오지호는 인터뷰 내내 아내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어딘지 다감하고 유해진 것 같은 분위기에 “결혼이 작품에도 영향을 미쳤나요?” 하고 물었다.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더 깊어진 것 같고요. 총각 시절에는 연기를 해도 딴 생각이 많았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대사에 더 집중하고, 연기에 대한 태도도 좋아진 것 같아요.”

진지하고 깊어진 연기에 대한 태도. 그렇다면 ‘연애’를 지나 ‘결혼’에 성공한 오지호에게 연애의 맛은 어떤 의미일까. 그에게 ‘연애의 맛’과 ‘결혼의 맛’을 정의해달라고 부탁했다.

“‘연애의 맛’을 보고 많은 분이 사랑의 감정에 대해 알아갔으면 좋겠어요. 사랑이란 이런 거구나. 알콩달콩한 게 연애의 맛이구나 하고요. 전 연애란 씁쓸한 맛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쓴맛이 중독성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결혼하게 되는 것 같고요. 결혼하면 그 쓴맛이 단맛으로 바뀝니다. (웃음) 신선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