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윤영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 "서민금융, 자활지원과 연계돼야"
2015-05-11 07:00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들어 장기 불황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저소득층, 자영업자들이 저금리에 기대 생계비나 사용자금 용도로 대출을 받고 있어 가계 빚 부실 위험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권에서 서민금융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서민금융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김윤영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이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 "서민금융, 자활지원과 연계돼야"
김 위원장은 서울 중구 남대문로 신용회복위원회 본사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서민금융 수요자 대부분이 △과중한 채무 △낮은 신용 △생계불안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금융의 사전적 의미는 자금을 융통하는 것이지만 서민금융은 반드시 자활지원과 연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의 경우 금융 지원만으로 삶이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새롭게 지원한 대출마저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금융 지원 이전에 기존 채무에 대한 상환 부담이 해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새롭게 지원하는 금융이 현재의 어려움에서 탈출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취업 알선, 재무 관리 컨설팅 등 지속적인 사후관리가 필요하다"면서 "서민금융은 채무조정을 통한 신용회복과 신규 금융 지원 뿐만 아니라 자활을 최종 목적으로 하는 일련의 지원 활동을 모두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위원회에서도 중도 탈락 위기에 처한 채무자들에 대해 금융회사와 협의를 통해 채무상환을 유예해주고 있다"면서 "또 긴급 생계자금이 필요한 채무자들에 대해 생활자금을 저리로 지원해주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채무조정 프로그램 이행 도중 실직한 채무자에 대해 고용노동부 등과 연계해 직업훈련, 취업을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년층 부채 역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학자금 대출이 생활자금 대출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이나 청년 실업률 등을 감안할 때 소득이 없는 대학생, 청년층들의 자금 수요는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이들이 감당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금융조달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제도권 금융회사의 저금리 대출은 불가능하고,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의 자체 신용대출은 이자율이 20%를 웃돈다"면서 "2009년 한국장학재단이 출범했지만 이들의 자금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득이 없는 상태에서 제도권 금융회사 이용이 불가능하다 보니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의 고금리 대출로 내몰릴 수 밖에 없다"며 "결국 사회에 첫 발을 내딛기도 전에 채무불이행자가 돼 취업도 하기 어려운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 위원장은 "대학생이나 젊은층들의 대출 수요 자체를 억제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불가피한 수요에 대해서는 적절한 자금을 공급하되 소득 발생시기와 연계한 상환 프로그램을 지원해야 한다"면서 "마치 흉년기에 양곡을 대여했다가 추수기에 회수하는 '진대법'처럼 대학생이나 청년층의 채무상환부담이 연착륙될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금융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신용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어릴 적부터 신용관리나 금융경제에 관한 체계적인 교육활동이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아직 취약하다"면서 "중·고교생에서부터 대학생, 사회초년생, 일반인 등 각계 각층에 대한 다양한 예방교육활동 역시 매우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 "서민금융진흥원 출범 통해 효율성 높여야"
김 위원장은 서민금융진흥원 출범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작년 12월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 제출됐는데 이번 회기에 깊게 논의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몇년 동안 우리나라의 서민금융은 양적으로 크게 확대됐지만 체계적인 면에서 다소 보완이 필요하다"면서 "신용회복위원회, 미소금융, 국민행복기금, 지역신용보증재단 등 지원 창구가 여러 기관으로 분산돼 있는데다 기능이나 상품도 중복되는 부분이 있어 비효율적이 면이 있다"고 서민금융진흥원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그는 또 "무엇보다 실수요자들이 접근하기 어렵다"면서 "일용직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저소득계층은 정보습득에도 취약해 자신이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도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금융 수요자 입장에서 서민금융제도를 통괄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서민금융진흥원은 서민금융을 기존의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채무 문제에 관한 종합상담은 물론 긴급생계자금이나 창업자금 등 수요자가 처한 환경에 적합한 맞춤형 자금 지원이 이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민금융진흥원을 성공적으로 출범시키기 위해 조직과 제도 정비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며 "신용회복위원회 핵심 기능인 채무조정제도도 보완 발전시킬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적, 사적 채무조정 연계를 강화해 서민금융진흥원 출범에 대비하는 한편 소득·재산·연령 등 채무자별 상환능력을 감안해 채무 감면율을 다르게 적용하는 탄력적 채무조정 방안도 금융회사들과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