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조례' 한발 물러선 공정위?…법적강제성 없어도 '진통'
2015-05-04 04:00
역외기업 시장진입·사업활동 불합리 등…지자체에 '개선권고'
역외기업 차별 지방조례 '개선' vs 지자체 '싫다'
역외기업 차별 지방조례 '개선' vs 지자체 '싫다'
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공정당국이 지방자치단체의 역외기업 장벽 조례에 대해 '개선권고'를 내리면서 당초 안보다 한 발 물러섰다는 반응이 나온다. 그 동안 경쟁제한적 규제는 국무조정실 뒷배인 '확정'으로 밀어붙인 반면, 법적강제성이 없는 '권고'를 못 박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향토기업 살리기 반발·자치권 보장 요구와 배타적인 지역의 사업활동 제한이라는 해석이 상충되는 등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토착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명분으로 역외기업의 시장진입 및 사업활동을 불합리하게 제한한 지역건설산업활성화조례·LED조명보급촉진조례·제주도문화예술진흥조례에 대해 지난달 30일 개선권고를 밝혔다. 개선권고는 법적인 강제성이 없어 각 지자체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지역중소업체들로써는 상황이 다르다. 경기 침체에 대한 돌파구 수단으로 이곳저곳 지역사업을 넘볼 수밖에 없다. 자본과 인력을 앞세운 대형기업체 군단들이 경쟁력면에서는 훨씬 더 우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먹거리를 찾으려는 타 지역 업체들과 이를 지키려는 역내 기업 간 싸움이 지자체와의 법정 격돌로도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남는다. 이 같은 논란의 짚불은 사실상 대통령이 내세운 규제기요틴(단두대) 경제과제 때문으로 지목하는 이가 적진 않았다.
그 동안 시장의 파수꾼으로 불리는 공정위는 꾸준한 경쟁 제한적 규제 개선을 내놓는 등 경제활성화를 위한 균형추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막걸리 판매용기 제한 완화, 지자체 특산물 홍보 홈페이지 활용 전통주 판매 허용, 먹는샘물 병마개 표시 부담금 납부·면제 증명제도 개선 등이 대표적이다.
매해 관계부처와 협의하는 등 경쟁제한적 규제를 개선하고 있지만 규제기요틴 탓에 억지로 짜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짙다. 더욱이 경쟁제한적 규제는 국무조정실과 함께 ‘확정’으로 밀어붙이던 반면 권고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등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공정거래법에 정통한 관계자는 규제기요틴 할당에 용역을 의뢰했지만 정치권의 반응 등 각계 부담이 큰 탓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행정자치부와 공동발굴한 공정위가 실효성도 없는 권고로 모양새만 갖췄다는 지적에서다. 공교롭게도 지난달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의원은 지자체 조례에 대한 공정위의 간섭을 배제하는 내용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개정안은 관계기관의 범위에서 지자체를 제외하는 등 경쟁제한에 대한 지자체 권한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개정안을 발의한 김 의원은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대해 공정위가 폐지나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지방자치의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공정위의 간섭이 배제된 자치권 보장을 역설하고 있다.
해당 전문가는 “지자체의 경쟁제한 폐지와 관련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지자체 자체의 지나친 보호막도 경쟁력을 잃어가게 하는 문제로 지적되나 거대자본의 역외 기업이 들어오면 준비가 되지 않은 역내 기업들로썬 게임이 되지 않다. 이는 서서히 양극화로 치닫고 지역에 기반한 중소중견기업은 하나둘 무너질 우려를 낳는다”고 조언했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정부 개입에 있어 모든 걸 경쟁제한으로 판단하기 보단 권리 보호와 시장논리 등 필요한 면도 다각적으로 판단했을 것”이라며 “90년대 막걸리 지역 제한을 풀면서 한류화가 됐듯 진입 장벽을 없애는 사람은 욕을 먹지만 효과는 10~20년 후 나타난다는 말이 있다. 이번 조례 역시 넓은 의미에서 광역단체 내의 중소업체간 경쟁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