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연료 LPG의 역습… 도시가스·석유와 줄다리기
2015-05-03 11:24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 사양길을 걷던 국내 ‘서민연료’ 액화석유가스(LPG)가 소비증가의 반전을 일궈냈다.
저유가로 인한 가격하락과 마을단위(읍‧면) 배관망 구축 등 유통 인프라 개선을 위한 업계 노력이 효과를 발휘한 결과로 풀이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와 천연가스 등 타 연료에 밀려 궁지에 몰렸던 LPG가 모처럼 반격했다. 저유가로 인해 E1과 SK가스 등 LPG 수입사와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 등 정유4사, 한화토탈(전 삼성토탈) 등의 공급가격이 하락한 영향이 컸다. 이를 통해 산업용과 수송용 모두 LPG 소비가 증가했다.
특히 도시가스를 밀어내고 LPG의 산업용 소비가 증가한 것이 부각된다. 일부 공장이 많은 지역의 도시가스업체는 산업용 소비 감소에 따른 경영난을 호소할 정도였다. 도시가스가 LPG에 비해 국제가격 하락분의 국내가격 반영이 늦어진 탓이다.
LPG는 수입사 및 정유사 등이 매달 국제가격 변동요인을 국내가격에 반영한다. 이에 비해 도시가스용 천연가스(LNG)는 공기업인 가스공사가 독점적으로 수입하는데, 원료비 연동제에 따라 당정협의를 거쳐 2달마다 가격이 바뀔 수 있다. 따라서 LPG에 비해 국제가격과 국내가격간 시차가 크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아래 도시가스 미공급지역에 대한 LPG 유통 인프라 개선 사업도 효과를 보였다. 마을 단위로 소형LPG저장탱크와 배관망을 설치해 유통비용을 줄이는 게 사업 목적이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1분기 LPG의 산업용 소비는 전년동기대비 6.8% 증가했다. 수송용 LPG 소비도 2.8%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가정‧상업용 소비는 무려 11.9%나 올랐다.
단, 저유가로 인해 석유에서 나오는 납사(석유화학 원료) 가격이 큰 폭 하락해 LPG의석유화학용 소비는 17.9% 감소했다.
전체적으로 1분기 LPG 소비는 2.3% 증가했다.
5월 들어서는 도시가스 가격이 10.3% 인하돼 LPG의 가격경쟁력에 변수가 생겼다. 도시가스는 지난 1월 5.9%, 3월 10.1%에 이어 세 번째 가격을 내린 것이다.
한 도시가스 업체 관계자는 이에 대해 “충분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수요 개선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LPG 공급사들도 지금의 기세를 이어가기 위해 5월 가격 인상요인에도 불구하고 kg당 20원 정도 공급가격을 내렸다.
LPG 업계 관계자는 “산업용 LPG 공급가격은 가정용‧수송용과 달리 개별 수요업체의 구매 물량에 따라 공급가격이 다르다”며 “도시가스 가격인하 영향은 나중에 LPG 판매량을 집계해 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을단위 소형저장탱크 및 LPG 배관망 사업은 당초 9개 마을을 대상으로 했으나 반응이 좋아 최근 18개 마을까지 설치됐다. 업계는 올해 말까지 총 35개 마을에 설치할 계획이다.
LPG산업협회 관계자는 “소형탱크를 설치하면 기존보다 유통비용이 35~46% 정도 감소한다”며 “소형저장탱크 설치 사업을 군 단위로 확대하는 방안도 타당성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LPG업계는 LPG차량 감소세와 오는 9월 경유택시에 대한 유가보조금 지급 정책 시행 등 LPG 수송용 소비감소 요인에 대응해 LPG 승용차에 대한 사용제한 규제(현재 택시, 장애인‧유공자, 하이브리드‧경차‧RV에만 허용) 철폐도 요구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방안을 정하기 위해 수입사와 유통업체들이 지속 협의하며 중지를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