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여당 압승 기세 몰아 청와대발 사정드라이브 본격화
2015-04-30 15:35
아주경제 주진 기자 =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대한 국민의 첫 심판인 4.29 재보선 결과 새누리당이 완승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주도하는 사정 드라이브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은 이번 선거 결과를 신호탄으로 삼아 '성완종 파문'의 수습책으로 내놓은 '성완종 특사 특혜' 논란의 진실 규명과 정치권 부패 관행 척결 등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검찰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 제공 의혹과 관련한 수사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성완종 특사 관련 의혹 규명으로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4.29 재보선 선거 당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성완종 특사 관련 수사 착수에 대해 "단서가 있을 때에는 수사권을 발동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 놨다.
특히 황 장관은 성 전 회장의 사면에 대해 “단계에 걸쳐서 사면이 거듭되는 일은 이례적이고 잘 없는 일”이라면서 “금품이 오고가는 경우 말고도 여러 범죄가 있을 수 있다. 범죄 단초의 대상을 포괄적으로 봐야 한다”고도 했다.
황 장관의 발언이 아직은 수사 검토의 단계가 아니지만 범죄 단초가 발견되면 언제든지 수사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으로 해석되면서 박 대통령에 이어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상세한 수사지침을 내린 게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이는 검찰의 독립성과 수사 공정성 논란에 불을 붙이는 단초를 제공해 오히려 여권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하지만 성완종 리스트라는 큰 악재에도 여당이 압승한 것은 이 사건이 여권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야권까지도 연루돼있다는 국민적 의혹이 바탕에 깔려 있다는 것으로 해석돼 향후 야권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 대통령이 “특검에 앞서 검찰 수사가 우선”이라고 선을 그은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이 재보선에서 참패하면서 특검 논쟁을 이어갈 동력도 상실한 상태다.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하면 성완종 특별사면이 참여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넘어가는 정권 이양기에 발생한 만큼 이명박·노무현 정부 실세를 비롯해 참여정부에서 사면 업무를 담당했던 전해철·이호철 전 수석, 박성수 전 법무비서관 등 관련자들이 줄줄이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MB정부 측으로는 당선인 신분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함께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이상득 전 의원이 거명되고 있다. 참여정부 측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와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책임론이 불거진 상태다.
일단 성 전 회장이 참여정부 때 두 차례 특사를 받는 과정을 규명하는 조사는 사면에 관여한 당시 청와대와 법무부 관계자들로부터 진술을 듣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현재로선 성 전 회장의 사면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다는 단서가 전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특별사면에 대한 수사가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메세지 발표 이후 검찰 내부에서도 부담스러워 하는 기류가 감지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1억원 이상 금품을 받고 사면한 정황이나 증거가 나올 경우 공소시효(10년)가 적용된다는 점에서 특별사면에 대한 수사가 친박계 인사에서 야권 인사로 방향을 전환하기 위한 철저히 계산된 시나리오 아니겠냐는 법조계 일각의 시각도 있다.
만약 검찰이 금품 수수 정황이 어느 정도 드러난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를 기소하는 선에서 ‘성완종리스트’ 수사를 마무리하는 대신 성완종특별사면 의혹 수사에 집중해 친노무현계 핵심 인사들에게 칼끝을 겨눌 경우 정국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면서 여야 간 극심한 대치정국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4월 30일로 나흘째 와병중인 박 대통령은 이번주 주말까지 일정을 잡지 않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다음 주부터 공식일정을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보선 여당 압승이라는 기세를 한껏 업은 박 대통령의 다음 행보에 여야 정치권과 국민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