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 '27년만에 기적' 오신환…로스쿨 거부감 고시족에 '사시 부활' 전략 적중

2015-04-30 09:56
연극인에서 정치인으로…장동건·이선균과 한예종 동기
40여년 관악토박이…야권분열 '어부지리'도 당선에 한몫
고시족 많은 관악서 '사시 부활' 외친 맞춤형 전략 적중

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 서울 관악을에서 승리를 거머쥔 새누리당 오신환 (44) 당선인은 이번 4·29 재보궐 선거에서 최대 이변의 주인공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서울 관악을은 지난 1988년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이후 지난 27년간 보수 정당에서 국회의원을 단 한 차례도 배출하지 못했을 정도로 서울에서도 대표적인 '보수의 불모지'나 다름 없었다.

따라서 오 당선인의 관악을 입성은 그 자체로 정치권에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관악을은 이번 재보선에서 여야의 명운이 엇갈린 승부처였다.

오 당선인은 배우 장동건·이선균과 한국예술종합학교 동기(1기)이기도 하다. 한예종 졸업 이후 서울문화재단 이사, 마루예술원 연극부문 대표 등을 지내면서 한동안 연극인의 길을 걸었다. 정계에 발을 디디게 된 계기는 2006년 지방선거였다.

당시 관악 제1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당선, 최연소 남성 서울시의원의 기록을 세웠다. 부친 오유근(81)씨에 이어 서울시의원이 되면서 부자(父子) 시의원이라는 기록도 거머줬다.
 

4.29 재보선 투표일인 2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 캠프에서 오신환 당선자가 꽃다발을 목에 걸고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남궁진웅 timeid@]


이어 2010년 관악구청장 선거에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하고 2012년 19대 총선에 새누리당 후보로 나섰지만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동영 후보가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뒤 독자 출마하면서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와 맞서는 구도가 형성돼 야권 지지표가 분산된 행운도 따랐다. 

그러나 오 당선인의 승리를 전적으로 야권 분열로 얻은 '소 뒷걸음치다 쥐잡은 격'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 당선인은 이 지역에서 초·중·고교를 졸업하고 40여년째 거주하는 '관악 토박이'다.

선거를 하루 앞두고 찾은 고시촌을 찾은 김무성 대표는 안상수, 홍준표 전 새누리당 당대표를 언급하며 “사법시험이 없었다면 이들이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까 항상 생각했다”며 “힘겹게 사다리를 오르고 있는데 이것을 걷어차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사법시험 존치를 적극 주장하는 오신환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과 오신환 당선자의 모습. [사진제공=새누리당]


선거구에 밀집해 생활하는 고시촌 학생들과 이들을 뒷받침하는 학원 식당 서점등 상인들을 겨냥한 맞춤형 전략이 적중한 셈이다.

선거캠프 관계자는 "관악 지역 사정은 당내에서 오 당선인이 가장 밝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그만큼 지역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27년 연패 지역에 출마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의원으로서 주민 2만8천명의 서명을 받아 경전철 신림선 사업 결정을 끌어냈고, 영어마을 유치나 도림천 복원 등 지역의 숙원 사업을 해결하는 데도 팔을 걷어붙였다.

또 새누리당 초대 중앙청년위원장을 맡아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빨간운동화 유세단'을 이끌어 박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고,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청년특별위원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부인 유정미씨와의 사이에 두 아들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