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랜드로버의 재발견, 디스커버리 스포츠

2015-04-30 10:00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온로드와 오프로드 모두 뛰어난 주행성능을 보여줬다. [사진=랜드로버 코리아 제공]


아주경제 (경주)임의택 기자 =‘디스커버리 스포츠’ 시승회가 열리던 29일, 경주에 도착하자 거센 빗줄기가 기자를 맞았다.

“시승하기에는 날씨가 좋지 않네요.”

새로 취임한 랜드로버 코리아 백정현 대표에게 인사말을 건네자, 그에게서 돌아온 대답이 걸작이다.

“랜드로버를 즐기기에는 더 좋으실 겁니다.”
 

[사진=랜드로버 코리아 제공]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랜드로버에 없던 새로운 모델이다. 레인지로버와 레인지로버 스포츠, 이보크가 럭셔리 드라이빙을, 디스커버리4가 레저를 책임지고 있다면,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가장 다재다능한 SUV’를 표방한다.

겉모습은 레인지로버 스포츠와 이보크의 특징을 절묘하게 섞은 느낌이다. 차체는 이보크보다 235mm 길고 89mm 높고, 6mm 좁다. 휠베이스(앞뒤 바퀴 축간 거리)는 2741mm로 이보크보다 81mm 길다. 제원상 특징은 실내에서도 느껴진다. 이보크가 ‘쿠페’ 같은 스포티한 느낌을 강조한 반면,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안락함을 강조했다. 이보크는 키 177cm인 기자가 탔을 때 헤드룸이 다소 비좁았는데, 이 차는 공간이 꽤 넉넉하다. 터치스크린으로 상당수 기능을 조작하는 덕에 대시보드 디자인은 디스커버리4보다 단순해졌다.

본격적인 시승은 경주 도투락 목장에서 시작됐다. 오프로딩을 즐기는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곳이자,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지로 알려진 곳이다. 랜드로버 코리아는 이번 시승회를 위해 수로를 설치하고 험로를 만드는 등 오프로드 코스를 직접 설치했다.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사진=임의택 기자]


시승코스가 시작되자 이내 자갈길이 나타난다. 랜드로버가 자랑하는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Terrain Response)’이 위력을 발휘하는 순간은 지금부터다. 변속기 뒤쪽에 있는 스위치를 누르면 일반노면, 풀/자갈/눈, 진흙, 모래 등 4가지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스티어링 및 엔진 반응, 스로틀 및 트랙션 컨트롤 개입은 각 모드에 따라 자동으로 선택된다. 센터 디퍼렌셜 록은 모드에 따라 자동으로 풀리고 잠기기 때문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자갈길을 가볍게 통과한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이어 나타난 진흙길에서 또한번 진가를 보여줬다. 일반 타이어(컨티넨탈 크로스컨택트)를 신었음에도 미끄러운 길에서 마음먹은 대로 조향이 되는 것. 백정현 대표는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의 위력을 더 느껴볼 수 있도록 출고 상태 그대로 투입했다”고 설명한다.

[사진=임의택 기자]


도로상황은 갈수록 가관. 이번엔 물길을 헤치고 가야한다. 그러나 디스커버리 스포츠라면 걱정은 붙들어 매도 좋다. 도강능력이 600mm에 이르기 때문. 엔진으로 물이 밀려들어와도, 물이 도어 중간까지 차올라도 끄떡없이 헤치고 나간다. 이보크의 도강능력은 500mm로 이 차보다 약간 떨어진다. 최저 지상고는 212mm이고, 접근각은 25도, 이탈각은 31도로 오프로드 주행에 충분한 조건을 갖췄다.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크지 않은 차체임에도 뒷좌석과 트렁크 공간이 넉넉하다. 특히 뒷좌석은 앞뒤로 160mm 움직일 수 있어 공간 활용도가 뛰어나다. 이보크와 확실히 구분되는 장점이다. 랜드로버 최초의 보행자 에어백 장착도 빼놓을 수 없다.

엔진은 이보크와 공유하는 2.2ℓ 190마력 디젤을 얹었고 9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렸다. 온로드에서의 주행성능은 기대 이상이다. 속도계가 올라가도 실내는 고요하고, 진동도 거의 없다. 무엇보다 매끄럽게 이어지는 변속감각이 일품이다.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2015 서울모터쇼에서 주목받으며 흥행을 예고한 바 있다. 랜드로버치고는 착한 가격(5960만~6660만원)도 인기의 비결이다. 앞으로 BMW X3, 아우디 Q5, 메르세데스 벤츠 GLK와 펼칠 승부가 재밌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