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은 네탓" 국토부·환경부 책임 공방

2015-04-23 08:09
4년간 부분지반침하 105건 발생…낡은 하수도관 원인 지목
국토부-사고책임 면피에 '급급'…환경부-"무리한 지하 개발 탓"

[그래픽=미술팀]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최근 하수도 부분 지반 침하 현상인 '싱크홀' 사고가 잇따르면서 국민 안전이 위협받는 가운데 정부 협업체계가 원활하게 움직이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싱크홀 원인으로 노후된 하수관로가 지목되면서 관련 정비 범위와 예산배정, 추진 주체 등에 대해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의 갈등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받은 ‘하수도 부분 지반침하(싱크홀) 및 노후상수도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해 3월 말까지 105곳에서 싱크홀이 발생해 사상자 2명, 차량 파손 6대의 사고를 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43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경기(19건), 강원(15건), 전북(7건), 부산(5건), 대구(4건)순이었다.

이자스민 의원은 “도심 곳곳에 싱크홀이 속출하면서 국민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며 “노후된 수도관 원인으로 인한 싱크홀이 가장 많이 발생한 만큼 더 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환경부는 전국 노후 하수관로에 대한 정밀 조사를 철저히 실시하고 관련부처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 하수관로 교체율은 1.08%에 불과하며 20년 이상 넘은 하수도관이 전체 30%가 넘는다. 노후 하수관로가 가장 많은 지역은 서울(48%), 대구(45%), 인천(40%), 대전(39%) 광주(38%)순이었다.

노후 하수도관이 싱크홀 원인으로 내몰리자 환경부는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싱크홀 자체가 지반이 약해지면서 발생하는 것인데 노후 하수도관만 지적하는 부분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작년 송파구에서 발생한 싱크홀도 최종 원인이 지하철 공사 등 지하공간을 무리하게 개발했기 때문이라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며 “물론 하수도관 역시 지반을 약화시키는 원인이겠지만 싱크홀의 직접적 원인으로 몰고 가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급기야 환경부는 지난 8일 환경분야 국가안전대진단을 싱크홀 대응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다만 감독기관인 국토교통부가 건설현장 관리기관인 지자체와 함께 공사장 안전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환경부 입장에서는 싱크홀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추진하는 국토부의 소극적 행보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시한 셈이다.

반면 국토부는 환경부의 협조요청에도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내놓은 싱크홀 종합대책 이후 특별한 움직임도 없다. 올해 발생한 싱크홀 사고에 대해서도 하수도관 노후를 들어 환경부에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지하 노후 시설들을 교체하는데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지만 책임 부처인 국토부는 전면에 나서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오히려 노후 하수관과 지하시설이 가장 많은 서울시가 적극적이다.

국토부가 소극적으로 움직이자 협업 부처들이 ‘국토부가 협조해줘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것이다.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사업감시 팀장은 “제2롯데월드와 강남, 신촌, 도심까지 도로함몰이 생겨 시민이 불안해하는데도 종합적인 대책이 없다”며 “노후 하수관도 10여 년 전부터 지적됐던 문제인데 그동안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국비 등 장기적인 투자와 철저한 공사장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