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서울지하철 역무원 2명 중 1명 이상이 승객으로부터 폭행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하철 1~4호선을 운영 중인 서울메트로는 지난달 17~20일 역 직원 189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769명의 55%가 최근 3년간 '신체적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폭행 피해는 2회 이내가 30%로 가장 많았고 6회 이상도 8%에 달했다.

폭행을 가한 승객의 성별은 대부분(전체 98%)가 남성으로 집계됐다. 특히 50~60대에서 빈번했으며 피해의 64%는 취객 응대 때 일어났다. 부정승차 단속 시 폭행 발생은 8% 수준이었고, 취객이 몰리는 오후 10시 이후 심야시간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폭행으로 피해는 단순 부상 90%, 진단 2주 이하 8% 등으로 파악됐다. 신체적 고통이 심각하지는 않았지만 피해자 5명 중 4명은 근무의욕 저하, 불안감, 분노 등의 심리적 증상을 보였다.

폭행 피해를 입은 뒤에 40% 가량이 경찰에 신고하는 등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진술서나 고소·고발 등 후속 업무처리에 부담감을 느끼는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또 신고를 하더라도 경찰이 가해자에 대해 실정법 위반을 적용, 경미한 처벌도 영향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메트로는 향후 역무원, 지하철보안관, 사회복무 요원 등의 폭행시 가해자에 엄중한 법적 처벌을 요구키로 했다. 아울러 채증 및 예방 효과 차원에서 지하철역 내 폐쇄회로(CC)TV를 추가 설치하는 등 시설 확충도 이뤄진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직원의 폭행 피해뿐 아니라 지하철역에서 일어나는 각종 범죄에 신속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지하철 보안관에게 제한적 사법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하철 보안관에 준사법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법률(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2005년, 2012년, 2013년 세 차례 발의됐으나 회기 만료로 폐기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