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숨진 채 발견되는 순간까지 숨막히는 8시간

2015-04-09 16:57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사진=김종호 기자]

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   자원외교 비리 의혹에 연루돼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이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오전 8시경 실종 신고 뒤 경찰은 가족 동의를 받고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한 결과 오전 8시40분께 종로구 평창동에서 위치가 확인됐다.

경찰은 일단 평창동 부근의 의경 2개 중대를 투입해 일대에 대한 수색을 시작했지만 성 전 회장의 모습은 발견되지 않았다.

휴대전화 위치추적 결과 성 전 회장은 오전 9시15분 평창파출소에서 서울예고 방향으로, 오전 9시43분 북악터널에서 형제봉 능선으로 이동한 흔적이 확인되는 등 평창동 일대에서 신호가 잡혔다.

경찰은 수색인원을 늘려 오전 11시 내근을 포함한 종로경찰서 전 직원과 경찰, 14개 중대 등 1300여명과 인근 군부대 병력까지 동원해 성 전 회장을 찾았다.

오전 11시3분 성 전 회장의 휴대전화 신호는 금강아파트에서 북한산 정토사 방향 쪽으로 이동했다.

경찰은 헬기까지 띄워 평창동 일대를 뒤졌다.

오후 1시 43분이 되자 투입 인원과 장비는 종로서 직원과 경찰기동대, 특공대, 등 1443명과 헬리콥터 2대, 수색견 5마리로 늘었다.

성 전 회장은 결국 신고 접수 후 약 7시간 26분 만인 이날 오후 3시 32분 나무에 목을 맨 시신으로 발견됐다.

앞서 성 전 회장은 지난 8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결백을 주장했었다.

그는"자원개발과 관련해 융자금을 횡령한 사실이 없다"며 "잘못 알려진 사실로 인해 한 평생 쌓아온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 같아 참담하다"며 
"기업을 운영하면서, 정치를 하면서 부끄러운 적은 있어도 파렴치하게 살아오지는 않았다"고 강조했었다.

이같은 성 전 회장의 주장과 달리 검찰 수사가 가속화하면서 구속 위기에 직면했고 정치적 재기나 기업인으로서의 활동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상황이 성 전 회장의 자살로 이어졌다는 관측이다.

성 전 회장의 죽음으로 검찰 수사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임관혁 부장검사)는 이날 성 전 회장을 구속하고 그의 '기업비리'에서 광물자원공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으로 수사 폭을 넓힐 계획이었다.

검찰의 성 전 회장 구속 방침은 암바토비 니켈광산 지분매각 과정의 로비 의혹 등 자원외교 비리를 본격 수사하기 위한 디딤돌 격이었던 셈이다.

경남기업의 정부지원금 융자사기를 첫 단추로 삼아 그동안 제기된 자원외교 관련 의혹들을 샅샅이 들여다보는 '장기전'을 준비하던 차였다.

경남기업은 러시아 캄차카 석유탐사 사업과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 개발사업 비용 명목으로 석유공사로부터 성공불융자금 330억원, 광물자원공사에서 일반융자금 130억원을 지원받았다. 검찰은 경남기업이 정부지원금뿐만 아니라 수출입은행 등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도 분식회계 등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보고 800억원대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여당 국회의원을 지낸 핵심 피의자가 사망한 체 발견되면서 검찰은 상당한 부담을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