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오드리 헵번 가족, 정치 아닌 마음의 위로(종합)

2015-04-09 13:04

9일 오전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헐리우드 배우 고(故) 오드리 헵번의 아들인 션 헵번 페러와 그의 가족 그리고 416가족협의회, 사회혁신기업 트리플래닛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세월호 기억의 숲 조성 프로젝트'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국민 모두가 슬픔에 잠겼던 4월 16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과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故오드리 헵번의 가족들이 한국을 찾았다.

9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오드리 헵번 가족과 함께하는 ‘세월호 기억의 숲’ 기자간담회에서는 故오드리 헵번의 첫째 아들이자 ‘오드리 헵번 어린이재단’의 설립자인 션 헵번과 션 헵번의 아내 카린 호퍼 헵번, 션의 딸 엠마 헵번, 416가족협의회가 참석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션 헵번은 “우리 가족은 정치나 다른 이슈가 아닌 가족 대 가족으로서 비극적 사건에 대한 마음을 함께 나누고자 이 자리에 모였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세월호 소식을 듣고 강한 감정을 느꼈다. 어떤 부모가 자식을 잃는 아픔에 준비할 수 있겠는가. 이런 죽음들은 개발도상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어린이들의 죽음과도 일맥상통한다. 이 사건은 비자연스러운 일이며, 이런 비극에 맞닿을 때 인간은 자연으로 돌아가 이유를 돌아보고 온전한 우리 자신과 마주하는 것이 필요하다. 숲의 나무가 보초병처럼 함께하며 희생자, 가족 우리 모두를 연결시키고 지켜줄 것이라 믿는다”며 숲을 만들게 된 배경을 밝혔다.

이어 션 헵번은 많은 사건들 중 ‘세월호 참사’에 주목한 까닭에 대해 “한국과 깊은 인연이 있기 때문”이라며 “1978년 맥 아더 장군의 인천 상륙 작전을 담은 영화 ‘인천’에 제작, 투자했다. 제작을 위해 1년 간 한국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고 더했다.

그는 “당시의 한국은 지금과는 매우 다르다. 그런데도 고쳐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기업의 탐욕이다. 기업가들이 너무 많은 것들을 바라다보니 이런 사건이 일어난 것 같다. 세월호 침몰 당시 아이들에게 나오지 말라고 명령했다고 들었다. 왜 아이들이 그런 명령을 지켜야 했는지, 왜 첫 번째로 구조대상이 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유족들이 원하는 것은 명확한 이해이며 변화를 보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마지막으로 션 헵번은 “우리는 이 모든 것이 정치화되길 바라지 않는다. 가족들의 고통과 아픔을 완전히 치료하는 건 어려울 것 같다. 과거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기를 ‘인권을 정치화하지 말고 정치를 인권화 하자’고 하신 적이 있다. 이런 게 유가족이 하고자 하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모든 일에는 마무리가 있어야 하고 배에 남은 실종자들이 나타나야만 유가족이 마음의 안정을 찾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헵번 가족의 위로에 416가족협의회 가족들은 “기억해주셔서 고맙다”는 말과 눈물을 보였다.

세월호 유족 이근희 씨는 “세월호 희생자들은 엄마고, 아빠고, 자식이고, 어느 한 가족의 가족이었다. 그런데 그 참사를 가족들이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가족이 죽어가는 걸 봤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사회를 바꾸기 위해 많은 부모가 밖으로 나왔고, 지금도 싸우고 있다. 엄마이기에, 부모이기에 얼마나 더 싸워야 하는지 모르겠다. 오늘로 359일째다. 저의 딸은 아직도 세월호 속에 있다. 가족이기에, 사람이기에, 인간의 존엄성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우리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세월호 기억의 숲’은 오드리 헵번의 첫째 아들인 션 헵번이 숲을 통한 변화를 꿈꾸는 사회혁신기업 트리플래닛자에 제안해 시작된 프로젝트다. 나무를 심어 울창한 숲을 만듦으로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진도군의 부지 협조로 백동 무궁화동산에 숲이 조성될 예정이며 조성재원은 오드리 헵번 가족이 기부한 기금에 크라우드 펀딩을 더해 마련된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모금된 기부금들은 오로지 나무를 심는 것에만 사용된다.

조성될 숲에는 은행나무가 식재되며 건축가 양수인 교수의 재능기부로 추모 시설물인 ‘세월호 기억의 방’이 건립된다. ‘기억의 방’에는 희생자와 실종자 304명의 이름과 희생자들의 가족 및 생존한 아이들이 직접 작성한 메시지 등 각인된 상징물이 설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