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은행, 이자수익률 감소에 '유니버설 뱅킹' 모델로 속속 전환

2015-04-06 10:30

중국 공상은행. [사진 = 중국신문사]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대출 둔화에 따른 이자 수익률 감소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국 대형은행들이 투자은행 업무나 자산관리 등 비(非)이자수익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중국 대형 은행들이 경기둔화에 따른 대출감소 및 경쟁격화 등으로 이자 수익률이 감소하자 '유니버설 뱅킹(universal banking)' 사업 모델을 통해 대체 수익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니버설 뱅킹'은 은행이 대출과 예금이라는 전통적인 상업업무 외에 증권과 보험 투자은행(IB), 기업 자산관리 등을 겸업하는 것을 의미한다. JP모건과 씨티은행, HSBC, 도이체방크 등 글로벌 은행들이 취하고 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실제로 중국은행, 공상은행, 교통은행, 농업은행, 건설은행 등 중국 4대 대형은행의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에서 비이자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20~30%까지 성장했다. 이는 비이자수익 비중이 40~60% 수준인 씨티은행, JP모건 체이스, HSBC, 도이치뱅크 등 대형 글로벌 은행들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나, 상당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특히, 최대 은행인 공상은행의 경우 기업 자산관리 수입이 전년보다 18% 증가한 140억위안(약 2조4700억원)으로 은행 전체 영업이익 증가율 12%를 크게 웃돌았다. 채권 인수, 구조화된 금융, 인수합병(M&A)주선, 사모펀드 등을 포함한 투자은행 업무 이익은 3% 증가한 300억 위안을 기록했다.

이처럼 중국 은행들의 비이자수익이 늘어나는 것은 은행 전체 이익 성장률이 둔화된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중국 대형은행 4곳 중 3곳이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전분기 대비 감소한 순이익 실적을 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순이익은 총 8526억 위안으로 전년동기대비 6.5% 증가에 그쳤다. 이는 지난 수년간 순익 증가율이 두자릿수를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성장세가 크게 둔화된 셈이다. 

금리 자유화 조치를 앞두고 은행들에 대한 자본 요건 규제가 강화되고 있고, 경제 성장 둔화에 따라 부실 대출이 늘어나는 것 또한 은행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쩡강(曾剛) 중국 사회과학연구소 금융·은행부문 책임자는 "이자 마진에 기반을 둔 순수 대출 영업은 금리 자유화 조치로 마진이 줄어들고 있는 반면 리스크는 커지고 있다"면서 "이에 IB와 자산관리를 통한 중개수수료가 중국 은행들의 또 다른 수익원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 은행들뿐만 아니라 소규모 은행들도 대출기업들에 자산관리를 결합한 상품 등을 통해 수수료 수입을 창출하면서 비이자수익 확대에 나서고 있다.

대형 은행들뿐만 아니라 소규모 은행들도 유니버설 뱅킹 모델로의 전환을 통해 비이자수익을 늘리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핑안(平安)은행은 지난해 비이자수익 증가율이 77%에 달했으며,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전년보다 6%포인트 높아진 28%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