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배덕현]뉴노멀시대 중국경제와 우리나라 경제의 미래

2015-04-01 19:17

배덕현 교수




지난 3월 3일 시작된 중국 최대의 정치행사 ‘양회(兩會)’가 13일간의 일정을 끝으로 15일 폐막되었다. 양회는 국정 최고 자문기구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政協)’와 헌법상 최고 권력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 두 기관이 매년 3월초 공동 개최하는 연례회의를 뜻하는데 통상 전년도의 정부업무성과에 대한 평가와 함께 당해 연도의 국정운영방향이 제시되고 있다.

그 중 전인대 개막식에서 국무원 총리가 발표하는 ‘정부업무보고(政府工作报告)’에서는 당해 연도의 경제성장률(GDP) 목표치 등 주요 국정운영 목표와 함께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정책조치들도 발표되고 있어 중국 국내외에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특히 올해는 작년부터 중국에서 핵심이슈로 부상한 ‘New Normal(新常态)’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국영운영에 반영될지에 대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이하에서는 뉴노멀의 배경과 금년도 정부업무보고의 핵심내용 및 한국에 대한 시사점 등을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뉴노멀의 배경

주지하다시피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30여년간 연평균 9.7%라는 고속성장기를 구가해왔다. 저렴한 인건비로 무장한 풍부한 노동력과 투자 및 수출 중심의 성장전략, 그리고 당과 국가 주도의 경제발전 추진 등을 바탕으로 이룩해낸 중국의 놀라운 성과는 중국식 발전모델을 뜻하는 ‘베이징 컨센서스(Beijing Consensus)’라는 개념의 모태가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물이 차면 넘치고, 달이 차면 기운다(水满则溢, 月满则亏)’라는 중국 속담처럼 30여년간 전후무후한 고속성장을 지속해온 중국도 성장률 하락을 피해 가지는 못하였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012년 7.7%를 기록하면서 2000년대 들어 처음으로 8% 아래로 하락한 이후 지난해에는 7.4%로 연초 제시한 목표치 ‘7.5% 내외’에 간신히 턱걸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같이 경제성장률의 지속적인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중국경제가 기존의 생산요소 투입 중심의 발전방식으로는 성장의 한계에 직면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즉, 고속성장의 가장 든든한 밑거름이 되었던 저임금의 풍부한 노동력은 급속한 인구고령화가 진행되면서 향후 노동력 부족을 걱정해야할 처지가 되어 버렸고, 투자 중심 및 정부 주도의 성장전략은 생산설비과잉과 경제효율성의 저하를 초래해 지속가능한 발전의 장애물로 전락하였다. 또 중국 경제발전의 중요한 성장동력 중 하나였던 수출은 대외환경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속성때문에 예전과 같은 기대를 하기 힘든 상황이 되어버렸다.

중국 지도부 역시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인식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고자 하는 노력을 시도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후진타오 정부 후반기부터 추진되어 온 ‘경제발전방식의 전환(转变)’이다. ‘경제발전방식의 전환’은 투자, 수출 중심의 경제를 내수, 소비 중심으로 전환하고, 서비스업 중심의 산업고도화를 추진하며, 고부가가치 제조업을 육성하여 중국 경제의 체질개선을 도모한다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기존의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한편 ‘New Normal’이라는 용어는 작년 5월 시진핑 주석이 허난(河南)성 지역을 시찰하면서 처음 제시한 이후 본격적으로 중국 정부와 언론에 의해 사용되기 시작하였고, 지금은 시진핑 정부의 국정운영 정책을 이해하는데 있어 빠질 수 없는 핵심용어로까지 자리잡았다.

하지만 금년 양회 기간 발표된 국정운영의 구체적인 내용들을 살펴보면 ‘New Normal’은 완전히 새로 등장한 개념이라고 하기보다는 후진타오 정부가 추진했던 ‘경제발전방식의 전환’과 그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다만 양자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경제발전방식의 전환’은 ‘변화’ 그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는 반면, ‘New Normal’은 변화를 ‘정상적인 상황(常态)’으로 인정하고 그러한 변화에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 아닐까 싶다. 정당성을 부여받은 ‘변화’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강력한 추진이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경제성장률 ‘7% 내외’의 함의

지난 3월 5일 개최된 전인대 개막식에서 리커창 총리는 ‘정부업무보고’ 발표를 통해 금년도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11년만에 최저치인 ‘7% 내외(左右)’로 제시하였다. 그리고 폐막식 직후 개최된 내외신 기자회견에서는 ‘New Normal 시대에 진입한 중국 경제는 합리적인 구간에서 운영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하면서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하향 조정한 배경을 설명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태도는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중국 정부가 8%대의 경제성장률 유지를 의미하는 ‘바오빠(保八)’를 주장하면서 경제성장률 8%를 사수해야 할 마지노선으로 인식하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과연 지난 몇 년간 중국 경제에서의 어떤 변화가 ‘7% 내외’의 경제성장률 목표치 제시를 가능하게 한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중국에서의 경제성장률이 갖는 정치적 함의가 다른 여타 국가에서의 그것보다 크다는 점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중국 정부가 그 동안 8%대의 경제성장률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해온 가장 중요한 이유는 경제성장이 일자리 창출과 직결되고 또 안정적인 고용창출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중국 정부가 가장 중시하는 사회안정이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작년에는 7.4%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창출은 연초 목표치였던 1,000만개를 322만개나 상회하였고, 도시지역 등록실업률 역시 목표치인 4.5%보다 0.4%p나 낮은 4.1%로 통제되었다. 이는 과거에 비해 경제성장률을 다소 낮추더라도 안정적인 고용창출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경제성장률의 하향 조정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게 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그 실마리는 지난 해 중국의 각 산업별 전체 GDP 대비 비중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찾을 수 있다. 지난 해 2차 산업이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2.6%에 그친 반면, 3차 산업의 비중은 48.2%로 2년 연속 3차 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제조업을 상회하였다. 이는 3차 서비스 산업의 빠른 발전이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으로 인한 부정적 효과를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많은 고용을 창출해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또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면 서비스업 중심으로의 산업고도화가 어느 정도 중국 정부가 의도한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으며, 중국 정부 역시 이에 대해 상당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리 총리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달성하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라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과거 중국 정부가 연초 제시한 경제성장률 목표치 달성에 실패한 경우가 거의 없고 또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안정적 일자리 창출에 대해 중국 정부가 비교적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본다면 ‘7% 내외’의 경제성장률 목표치 제시는 중국 경제의 체질개선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자신감이 어느 정도 표현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New Normal과 한국에 대한 시사점

최근 한국에서 방영된 중국 관련 다큐멘터리에서 자수성가한 한 사업가는 성공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대해 ‘중국에서 사업가로 성공하려면 중국 정부의 정책을 잘 이해해야 한다. 정부 정책을 잘 이해하고 따라가면 누구든지 부자가 될 수 있다’라고 조언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 사업가의 조언이 비단 한 개인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날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는 우리 한국에게도 위 사업가의 조언은 적지 않은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생각된다.

한국의 정부와 중국전문가들 역시 이러한 중국의 특성을 인식하고 중국 내수시장 진출 등 중국의 경제체질개선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우리의 대중국 수출중 상당부분이 중국의 가공수출용이라는 점은 한국의 대응전략 수립이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부디 지혜를 모아 이웃 중국의 새로운 도약과 더불어 우리 한국도 함께 비상할 수 있는 ‘윈-윈’의 길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기고자 : 배덕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문사회과학부 초빙교수
*이 원고는 아주경제와 중국 인민화보사가 공동발행하는 월간지 <중국> 2015년 4월호에 기고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