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하의 갤럭시노트] '안녕하세요'와 비슷하다고? '동상이몽'이 더 괜찮아 괜찮아
2015-04-01 15:40
지난달 31일 방송된 SBS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는 비연예인 가족이 스튜디오에 나와 자신의 일상을 담을 관찰 카메라를 시청하고 대화하면서 서로에게 쌓였던 불만을 풀어내는 프로그램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고, 방청객의 투표로 잘잘못을 가린다는 점에서 KBS2 예능프로그램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와 포맷이 비슷하다.
하지만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보다 나은 것이 분명하다. 직접 일상을 보여주는 관찰카메라는 스튜디오에서 전하는 넋두리보다 강력하다. 비연예인의 카메라 적응력은 놀라울 정도. 어머니는 민낯으로 거실을 활보하고, 여고생을 평소처럼 침대를 뒹굴거린다.
소재적 측면에서도 그렇다. 고민거리를 해결해 준다더니 세상에 이상한 사람은 죄다 모아 놓은 듯한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와는 다르게 꿈 많고, 여린 자녀와 이따금 떽떽거리지만 누구보다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에 초점을 맞춰 한결 건강하고 ‘가정친화적’이다.
“내가 밥도 해주고 빨래도 해주는데 화장하지 말라는 부탁하나 못 들어 주느냐”며 밥을 짓다 돌연 열 불내는 어머니와 그런 엄마의 잔소리를 피해 등굣길에 걸어 다니면서 화장을 하는 여고생, 배우가 되겠다며 시도 때도 없이 대사를 읊어대는 아들과 그런 아들을 뜯어말리면서도 정작 본인은 노래자랑을 나가는 어머니가 주는 웃음을 소소하면서도 강력하고, 예외 없이 통한다.
“피부 안 좋아질까 봐 내가 화장품 다 버렸는데 어떻게 맨날 화장을 하는 거야?”라고 다그치자 딸은 “내 것 없어진다고 화장 못하나? 반 친구들 걸로 하면 되지. 엄마가 내 것 다 버려서 여기저기서 얻어쓰니까 내 피부가 더 안 좋아지는 거야”라고 응수한다. “말은 잘하네”. 엄마의 외마디에 실소가 터져 나온다.
웃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서로에게 상처받을까 2년 동안 한집안에서 메신저로만 대화하는 엄마와 딸의 사연은 놀라우면서도 뭉클하다. “엄마의 휴대전화기에는 내가 없어요. 엄마는 동생과만 셀카를 찍거든요”라는 딸이 엄마와 셀카를 찍으면서 눈물을 글썽거릴 때는 여린 여고생의 마음도, 고단한 엄마의 마음도 이해가 돼 가슴이 저민다.
가정사에 배 놔라 감 놔라 하는 패널들도 놓칠 수 없는 재미. 단연 빛나는 것은 김구라다. “우리 아들이 반에서 17등이다”라고 하소연하는 어머니에게 “우리 아들 동현이는 45등”이라고 응수하고, 딸과 대화를 단절한 어머니에게는 “나도 (보증으로 재산 날려 먹은) 아내와 계속 대화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한다. 내 고민보다 더한 고민을 내놓으니 출연 가족들도 웃을 수밖에 없다.
부모가 없고, 사춘기를 겪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부모와 자식 간의 막을 수 없는 정을 내세운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가 강력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