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면세점 사업, 대기업엔 ‘뜨거운 감자’ vs 중소기업엔 ‘악마의 미소’
2015-04-01 00:10
영업이익률 7%에 머물러…막대한 임대료가 면세사업 발전 저해
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지난 2014년 면세점 부문에서만 총 2조1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인천국제공항은 전 세계 국제공항 가운데 면세점 사업이 가장 잘 되는 곳으로 손꼽힌다. 실제로 지난해 매출 성과는 2013년에 비해 6~7% 성장했다.
이렇게 블루오션으로 각광받고 있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이 현재 면세점을 운영하는 대기업들에게는 ‘뜨거운 감자’이지만 신규 진출 기업들에게는 ‘악마의 미소’가 되고 있다.
31일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천공항공사)와 관련업체들에 따르면 인천공항 내 면세구역(DF)은 총 12개로 나뉜다. 이 가운데 1~8구역은 어느 기업이나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9~12구역은 중소·중견기업 판매 지역으로 올해 처음 할당해 입찰을 추진했다.
반면에 중소·중견기업 할당 구역은 1차 유찰 후 2차 입찰을 통해 지난 23일 여객터미널 동·서편 엔틀러 패션·잡화 사업권(DF9,10)에는 각각 SME’s와 시티플러스가, 중앙 지역 주류와 담배(DF12) 사업권은 엔타스가 각각 사업자로 결정됐다.
그렇지만 중앙지역의 향수·화장품(DF11) 사업권은 화장품 업체인 참존에 이어 마스크팩 등을 생산하는 리젠 등이 임차보증금을 기한 내에 납입하지 못해 아직 운영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중소·중견기업의 면세점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입찰 최저 수용금액을 일반 기업 사업권의 60% 수준으로 낮췄다. 하지만 100억원 안팎의 입찰보증금과 최종 낙찰 후 선납해야 하는 6개월치 임차료 수백억원을 10일 공사 측에 지불해야 한다는 규정에 발목이 잡혔다. 결국 참여 중소 중견기업이 면세사업자라는 부푼 꿈을 꿨지만 현실의 문턱은 너무나 높았다.
게다가 올해 낙찰 기업 기업 중 인천항 항만 면세점 운영하고 있는 엔타스를 제외하고 2개 업체는 면세점을 운영한 경험이 아예 없다. 기존 대형 면세사업자들에 비해 구매 능력이 낮아 얼마나 흑자를 낼지도 미지수로 ‘악마의 미소’로 불리고 있는 것이다.
면세점 관계자는 “국가가 중소기업 상생만을 내세워 임대료 등을 할인해 줬지만 규모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중소기업들이 대형 면세점 사업자와 업종이 중복되는 상황에서 생존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라고 귀띔했다.
또 업계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상생이라는 명목 아래 중소·중견기업의 면세점 사업 진출을 허용하고 관련 기업들도 면세 사업을 ‘황금알 낳는 거위’로 착각하고 있다"며 "최근 들어 중국 관광객의 감소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생력이 부족한 면세점 진출 중소 기업들이 막대한 물품대금과 유통 비용을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롯데·신라·신세계 등 대형 면세사업자들에게도 인천공항 면세점은 ‘뜨거운 감자’일 수밖에 없다.
본보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번에 롯데면세점이 낙찰받은 1, 3, 5, 8 구역은 2014년 인천공항이 면세 사업으로 벌어들인 총 금액의 48%인 약 1조8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번 입찰을 통해 롯데는 임대료로 연간 7235억원씩 5년간 3조6175억원을 공항공사 측에 지불해야 한다. 해당 구역의 지난해 매출액을 기준으로 임대료의 구성비는 연간 71.8%에 달한다.
신라면세점이 낙찰받은 3개 구역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면세점 매출에서 30% 정도인 약 6300억원을 기록해 연간 2651억원씩 5년간 1조3255억원을 내야 한다. 연간 임대료 비중은 42%이다.
이처럼 대형 면세사업자의 임대료 비중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수익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인건비와 물품대금, 매장 운영비 등을 제외하면 사업자별로 가져갈 수 있는 이익은 대형마트 수준인 약 7%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백화점 업계의 영업 이익률이 15~20%인 것에 비하면 상당히 열악한 것이다.
그런데도 롯데·신라 등은 기업의 이미지 제고와 자존심 경쟁으로 면세점 사업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대형 면세점 관계자는 “롯데나 신라 등의 경우 국내 사업에만 안주할 수 없고 해외 면세사업 진출을 시도할 때도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 경험이 사업자 선정에 큰 영향을 준다”라며 “사업권을 따내지 못했을 경우 전년대비 실적 하락으로 나타나는 것도 기업입장에선 큰 부담이 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