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주총, 조원태 사내이사 선임 등 원안 통과…‘땅콩회항’ 비난 이어져

2015-03-27 11:26

27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대한항공 제 53기 주주총회’ 현장[사진=이소현 기자]

 
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 조양호 회장의 퇴직급 지급 규정 변경안이 회사 측 원안대로 통과됐다.

주총은 40여분만에 원안 통과 됐지만 ‘땅콩회항’에 대한 대한항공 이미지 실추 등의 문제도 제기됐다.

대한항공은 27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대한항공 제 53기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과 지창훈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임원 퇴직금·퇴직위로금 지급규정 변경 등 안건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이날 주총이 열린 본사 5층 대강당에는 160여석 좌석이 만석이었으며 위임장을 받은 대리인을 포함해 주주 440여명이 참석했다. 참여주주들의 의결권 있는 소유 주식 지분비율은 총 주식수의 64.85%다.

제1호 의안인 재무제표 승인 건은 지난해 상반기 경기회복 지연과 세월호 사고 영향 등으로 어려웠지만 하반기에 유가가 하락하면서 영업실적 개선을 이뤄 만장일치로 통과 됐다.

도곡동에서 온 주주 박 모씨는 “지난해 영업실적이 상당히 좋아졌다”며 “에쓰오일 매각 등을 통해서 더 건실해 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다만 4년째 무배당이라 걱정이다”라며 “올해는 이익창출로 모든 주주들에게 대한 배당도 기대한다”고 격려차원에서 재무제표 승인을 원안 동의 하겠다고 했다.

제2호 의안인 이사 선임건은 △조원태 부사장(사내이사) △이윤우 사외이사 △김승유 사외이사 등 3명의 재임 건과 △반장식 사외이사 신임 건으로 모두 원안 통과됐다.

‘땅콩회항’ 사건으로 자취를 감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후임 인사는 이번 주총 안건에 오르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당분간은 추가로 이사를 선임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추가 선임안건 자체를 상정하지 않았다.

조 부사장과 동시에 임기를 마치는 조 전 부사장이 ‘땅콩회항’ 사건으로 재선임 대상에서 빠지게 되면서 한진그룹 오너 3세 가운데 조 부사장이 경영승계에 있어 두각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조 부사장은 한진그룹의 핵심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사내이사를 비롯해 한진, 한국공항, 한진정보통신, 토파스여행정보, 진에어, 유니컨버스투자, 제동레저, 정석인하학원 사내이사를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 대표이사 등 그룹 내 11개 계열사 이사직을 겸직하고 있다.

이후 감사위원 선임 건도 회사 측의 원안대로 통과됐으며 이사 보수한도 승인 건을 논의할 때는 한 주주가 ‘땅콩회항’ 사건과 관련해 강도 높은 비판을 하고 발언시간이 길어지자 이를 제지하는 몇몇 주주들과 언쟁을 하기도 했다.

자신을 서울 관악산에서 온 악명 높은 주주라고 소개한 이 모씨는 지난해 ‘땅콩회항’으로 물의를 일으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이야기를 지적하며 날선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세계적인 대한항공이 어쩌다 이 모양이 됐는지 모르겠다”며 “집행부의 오판으로 대한항공 이미지가 몰락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주주들이 토론하고 번영할 수 있는 길 모색해야한다”며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몰락한 이미지를 다시 원상복귀 시켜야 한다”고 했다.

또 ‘거수기’ 노릇을 하는 사외이사들의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또 사외이사가 반대나 이의제기 없이 거수기로 전락해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다며 "이사 보수를 절반만 쓰는 것을 조건으로 안건을 통과 시키겠다"고 했다.

이에 지창훈 사장은 “이사 보수 한도와 관련해서는 이사 임원수가 줄어 50억원 미만”이라며 “올해는 원안대로 집행해보고 내년에 논의해보자”고 했다. 이날 승인된 이사 보수한도는 전기와 같은 50억원이다.

조양호 회장의 퇴직금이 50% 늘어나는 내용으로 이목을 끈 '임원 퇴직금 및 퇴직위로급 지급규정 변경' 건도 이의 없이 원안 통과됐다.

이에 따라 기존 재임기간 1년에 4개월분이었던 퇴직금은 1년에 6개월분으로 변경됐다. 조 회장의 연간 보수는 32억원 수준으로 예상 1년당 퇴직금은 16억원이다. 그는 1980년부터 35년 간 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한편, 이날 조 회장은 지 사장이 발언한 경영 구상 등을 연차 보고서에 자신의 명의로 밝혔지만 주총 현장에서는 특별 발언은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