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감소하는 중국 관광객의 틈새 쇼핑 시장을 노려라"

2015-03-27 00:00
롯데마트 서울역점, 저가 관광 상품 판매만으로 3개 매장 매출 안 부러워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를 앞둔 15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이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중국인 관광객이 몰려온다’. 이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평일은 물론 휴일 서울 명동 거리는 10명 중 8명이 중국인 관광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러나 최근 방한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관광객이 감소하고 있다. 

지난 2월 한국관광공사 발표에 따르면 한국 재방문율은 30%에 그쳤다. 아이돌과 연예인 중심의 한류 콘텐츠가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데다 먹거리와 쇼핑도 엔저 영향으로 일본과 비교해 메리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중국인 관광객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국내 유통업계의 노력은 열악한 수준이다. 그나마 백화점 업체들이 각종 이벤트와 매장 개선, 명품 브랜드 확충 등을 통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여행 업계 관계자들은 명품뿐만 아니라 선물용 등으로 구매가 많은 국산 식음료 제품의 구매도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1인당 500달러 이상 쇼핑으로 지출하는 비율이 63.6%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60%가 쇼핑장소로 면세점을 선택했다. 나머지 40%는 국내 곳곳에서 물건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식품매장에는 초콜릿이나 고추장, 조미 김 등 다소 생소한 제품들이 매장 내 이른바 눈에 잘 띄는 ‘황금 매대’를 차지하고 있다. 2만원 이하의 제품들이지만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쇼핑 인기에서 틈새 쇼핑 시장을 노려 재미를 보고 있는 업체도 있다.

롯데마트 지난 2월 춘절 특수 등으로 외국인 매출은 전체 매출의 13~14%를 넘어 외국인 여행객 특수가 그대로 반영된 점포다. 일반 대형마트의 외국인 구성비가 1%도 채 미치지 못하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외국인 매출 비중이 지난해 1~4월 누계 기준으로 처음으로 10%를 넘어선 것과 비교해도 롯데마트 서울역점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2014년 1월 1일부터 2월 16일까지 외국인 매물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7.5% 상승했다. 이 중 중국인 관광객의 매출은 33.8%나 늘었다.

서울역점은 공항철도, KTX를 타려는 관광객들이 몰린다는 지리적 이점 이 외에 중국이나 일본 내부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한국 방문 때 반드시 들러야 할 곳으로 알려져 있다고 마트 관계자는 귀띔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이 매장에서 구입하는 주요 상품은 과자나 조미 김류, 홍삼류 등 먹거리가 많다. 그런데도 구매액이 많다 보니 비슷한 규모의 일반 점포 2~3에 달하는 총매출을 올리고 있다.

마트 측은 외국 관객들의 쇼핑 편의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일본어와 중국어 회화가 가능한 직원이 우선 채용한다. 한국 전통 기념품숍을 통해 부채·복주머니·열쇠고리 등의 관광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다. 달러·엔화 환전 서비스도 제공한다. 3만원 이상 구매 때 안내데스크에서 세금을 환급받을 수도록 해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롯데마트를 제외하고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은 외국인 관광객, 특히 중국인 관광객을 잡기 위한 노력에 사실상 뒷짐을 지고 있다.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제 불황이나 내수시장 부진이라는 이유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