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대학 총장들 “학령인구 감소 등 위기…등록금 자율화 필요”
2015-03-25 14:21
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 학령인구 감소와 온라인 강의 확대 등 대학이 위기가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등록금 자율화 등 운식의 폭을 넓혀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총장포럼 제1회 총회에서 이용구 중앙대 총장은 ‘대학의 미래 비전과 한국 고등교육의 현주소’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사립대학에 등록금 책정 등 재정운영 자율권을 부여하고 기여입학제를 허용하는 한편 입학정원 제한을 폐지할 필요가 있다”며 “대학 적립금의 목적 제한을 폐지하고 유연성을 높일 필요가 있고 교육의 재투자를 위한 수익사업 투자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또 대학구조개선에 대해 “국내 대학의 학과가 운명 공동체적인 성격으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문제로 과폐쇄성을 유연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며 ”40명의 학생을 인질로 과 내에서만 안주하지 말고 오픈하고 강의를 듣지 않고 졸업하면 후회하도록 만들겠다는 당당한 요구를 하라“고 밝혔다.
그는 “모든 대학이 인문 전공 학과를 운용할 필요는 없디”며 “독문학과가 60개로 독일보다 많다고 하는데 교수들이 좀 더 열린 마인드로 시대 흐름에 맞게 고민해야 한다”고도 했다.
중앙대는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 초안에서는 학과제를 폐지하고 전공제를 시행하기로 했으나 사회적 여건을 고려하고 교수,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학과를 폐지하기는 아직 분위기가 조성이 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학과제를 유지하기로 방향을 수정했다.
중앙대는 학과의 틀은 유지하지만 정원 이동이 자유롭다는 측면에서 인접 학문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도록 학사구조를 구성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학과제 방식보다는 학문간의 벽이 상당히 낮아졌다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총장은 “미래 대학은 학습 주도자가 교수가 아닌 학생이 중심으로 공간의 개념도 온라인 확대 추세로 갈 것”이라며 “위기의 발원지인 온라인공개강좌(MOOC)의 등장으로 영어권 국가에서 상당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가운데 언제 우리나라에도 쓰나미처럼 몰려올지 모른다”고 밝혔다.
황선혜 숙명여대 총장은 “논문실적에 대한 과도한 양적 평가로 도전적인 실적을 낼 수 있는 연구를 못하고 있고 기초과학연구원(IBS)으로의 연구비 쏠림현상으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다른 분야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지난 7년간 등록금은 사실상 인하해 왔는데 오히려 지난 수준으로 회복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 총장은 대학 구조개혁에 대해서는 “우리대학도 내년 공과대학을 설립하기로 했지만 사회적 수요 역시 언제나 변화하기 마련이고 변화를 능동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인문.사회 중심인 숙명여대가 왜 뜸금없이 공학이냐고 공격을 받기도 하는데 인문학과 공학이 함께 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황 총장은 “하드웨어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와 융합해야 함께 살 수 있다”며 “학과 정원을 유지하기 위해 교수들이 주력하기 보다는 공학도를 위한 인문학 분야가 뭔지 개발할 필요가 있고 어떻게 하면 창의적 융합 엔지니어를 배출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 총장은 “대학은 기본기가 튼튼한 학생을 육성하려고 하는 가운데 기업은 당장의 성과에 들어맞지 않아 불만이 많다고 하는데 기본기가 튼튼한 인재가 장기적으로 성과를 더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한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황 총장은 “무크 때문에 최고의 품질만 남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콘텐츠가 문제가 될 것”이라며 “올해가 될지 내년이 될지 모르지만 무크를 들으면 학점으로 인정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유기풍 서강대 총장은 “학령인구는 줄고 재정 압박은 심해지는 가운데 대학을 안가도 중산층으로 살아가는 것이 가능하다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현재 언어 장벽 때문에 버티고 있지만 무크 등 도도하게 밀려오는 해외 교육 콘텐츠 등 대학 강의와 비슷한 내용의 콘텐츠를 듣는 대신 등록금을 줄여달라는 압력이 거세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유 총장은 “산업체가 단기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맞춤형 교육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국가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대학의 가치 훼손을 막으면서 균형과 조화를 찾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이미 고등교육개혁이 10년전에는 이뤄져야 했는데 그냥 지나쳐 버렸는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정창근 동국대 총장직무대행은 “정부가 기부금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꿔 그나마 숨통이 틔여 있던 것을 막아 버렸다”며 “연말정산 못지 않게 대학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어 정부의 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총장포럼은 서울지역 51개 대학 중 21개 총장이 참여한 모임으로 분기마다 주제를 정해 미래 대학의 모습을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하면서 정부에 건의사항이 있으면 제안할 예정이다.
다음 회의에서는 대학구조개혁평가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이날 포럼은 창립 취지문에서 대학이 변화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어려움을 자초한 측면이 있는 가운데 현실을 냉철히 진단하고 극복 방안을 논의하면서 고등교육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발족했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에는 정창근 동국대 총장 직무대행, 한병문 명지대 부총장, 구기헌 상명대 총장, 우원윤희 서울시립대 총장, 전혜정 서울여대 총장, 이정구 성공회대 총장, 신구 세종대 총장, 한헌수 숭실대 총장,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 강신일 한성대 총장, 임해철 홍익대 총장도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