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화약고 ‘자원외교’ 청문회 증인채택 결렬…與 “노무현” 野 “이명박”
2015-03-23 17:12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이명박(MB) 전 대통령을 부르자는 게 말이 되느냐.(국회 해외자원외교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여당 간사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 vs “이명박 전 대통령 등 5인방은 숨지 말고 청문회에 나와라.(야당 간사 새정치민주연합 홍영표 의원)”
결국 빈손 회동에 그쳤다. 여야가 23일 자원외교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 증인 채택에 나섰으나, 40분간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한 채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야권이 이 전 대통령을 비롯해 5인방에 대한 청문회 증인 채택을 요구하자 여권은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와 정세균 의원 등을 증인으로 부르자고 맞섰다.
◆與 “묻지마식 증인요청” vs 野 “5인방 나와야”
국회 해외자원외교 국정조사특위 여야 간사인 권 의원과 홍 의원은 이날 국회 산업위 소회의실에서 비공개 회동을 열고 증인 협상에 돌입했지만, 1시간도 채 안 돼 문을 박차고 나왔다.
그러자 권 의원은 “명백한 정치공세이자 망신주기식 증인 요구”라며 새정치연합 문 대표와 정 의원 등의 청문회 출석을 촉구했다. 그는 “참여정부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문 대표가 (자원외교) 총괄업무를 수행했다”며 “나이지리아 심해광구 탐사계약을 체결할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이 정 의원이었다”고 맞받아쳤다.
이들은 회동 이후 장외전을 이어가며 팽팽한 기싸움을 연출했다. 권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이 국조특위 위원의 10배 가까운 160명을 증인으로 요청했다”고 “특히 장관급 이상 인사만 11명, 전·현직 대사도 10명이나 포함하는 등 막무가내식으로 증인 채택을 요구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여권이 문제 삼은 증인은 고인인 안 전 차관을 비롯해 △수감 중인 최태원 SK 회장 △한승수 전 국무총리 △최 부총리 △윤 장관 △홍석우 전 지식경제부 장관 등 장관급 11명과 전·현직 대사 11명 등이다. 권 의원은 “청문회 하루에 30∼60명을 부르면, 의원 1인당 증인 1명에 대해 30초 정도밖에 질의답변을 못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홍 의원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인방이 자원외교를 주도한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 국조를 넘어서기 위해선 이들이 청문회에 나와 국민 앞에 모든 의혹을 해명해야 한다”고 응수했다.
◆자원외교, 내년 4월까지 정국 강타…왜?
주목할 부분은 자원외교 이슈의 ‘특징’이다. 특히 현재 자원외교 이슈는 박근혜 정부 1∼2년차 때와는 달리 △무차별성(이명박 정권은 물론 노무현 정권까지 포함) △지속성(4월 총선 전까지 이슈)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자원외교가 이완구발(發) 사정정국의 핵심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완구 국무총리가 지난 12일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검찰은 포스코 등 재계와 함께 한국석유공사·한국광물자원공사·한국가스공사 등 공기업에 대한 고강도 수사를 전개했다.
첫 번째 타깃은 MB맨 성완종(새누리당 전 의원) 회장의 경남기업이다. 언뜻 보면 검찰의 수사 칼날이 전 정권에 한정에 있는 것처럼 보인지만, 경남기업이 연루된 러시아 캄차카 석유탐사권은 2005~2009년 진행된 사업이다.
참여정부 당시엔 한국석유공사, 이명박 정부 들어선 경남기업이 각각 참여했다. 시작은 참여정부가, 마무리는 이명박 정부가 한 셈이다. 이완구발 사정정국의 타깃이 이명박 정권뿐 아니라 참여정부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권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참여한 볼레오 동광사업을 언급하며 “참여정부 때 시작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참여정부 인사들에 대한 청문회 증인 채택을 거듭 주장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40%대 지지율에 안착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원외교 수사=부패척결’ 프레임을 고리로 국면전환을 꾀할 것이란 전망이 만만치 않다. 검찰이 재계 비자금 및 자원외교 수사를 특수부에 재배당한 만큼 가시적 효과를 노일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춰서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경제와 북한 이슈는 그 효과가 제한적으로 나타나지만, 부정부패 척결 등 청렴도는 눈에 보이는 효과가 크다. 정부가 안 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며 “국민적 신뢰를 훼손한 검찰 역시 사정정국을 계기로 명예 등을 회복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만큼 당분간 전방위적인 수사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